
2023년 10월7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제거하기 위해 군사작전을 시작한 후 가자지구의 사망자가 5만명을 넘어섰다. 부상자는 11만명에 이른다. 230만 가자지구 인구 중 190만명은 피란민이 됐다. 이 전쟁의 참상을 숫자로만 나타낼 순 없다. 사방이 봉쇄된 고립무원 땅에서 죽어나가고 고통스럽게 사는 이들의 삶은 생지옥에 가깝다. 그 참혹함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도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언론인들이 기록하는 글과 영상이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이번 전쟁으로 가자지구에서 210명 넘는 언론인이 사망했다. 이곳에선 언론인임을 알리는 ‘프레스(PRESS)’ 조끼와 헬멧이 안전을 담보하지 않는다.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습 앞에선 소용없고, 오히려 전쟁 실상이 기록되길 원치 않는 이스라엘엔 표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스라엘이 지난달 1일 42일간의 휴전이 종료된 직후 가자지구 공격을 재개하면서 구호품 반입을 차단했다. 가자지구 어디에도 이스라엘 포탄을 피할 곳이 없고, 식량·식수와 의약품은 턱없이 부족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현재의 가자지구를 “킬링필드(대량 학살 현장)”라고 했다.
이스라엘군 공습이 맹렬해지면,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번에는 정말 살아남지 못할 것 같다’며 SNS에 유언 같은 글을 남기기도 한다. 전쟁 참상과 가자 주민들의 삶을 렌즈에 담아온 여성 사진기자 파티마 하수나(25)도 그랬다. 하수나는 지난해 8월 SNS에 “내가 죽게 된다면 소란스러운 죽음이 되길 원한다. 그저 한 줄 속보에 실리거나 희생자 숫자로만 남고 싶지는 않다”고 썼다. 실제 하수나는 지난 16일 자택에서 이스라엘 공습을 받아 가족 7명과 함께 숨졌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란 영화감독 세피데 파르시가 하수나의 삶과 작업을 담아 제작한 다큐멘터리 <너의 손에 영혼을 얹고 걸어라>가 다음달 칸국제영화제 독립영화 병행 섹션의 공식 초청작으로 확정된 다음날이라 안타까움이 더했다.
하수나의 말은 현실이 됐다. 전 세계 언론이 그의 죽음을 보도했다. 이 출구 없는 가자지구 고통을 세상에 알리는 죽음이 됐고, ‘하수나’도 희생자 속보·숫자가 아닌 슬픈 이름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