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한화손해보험이 캐롯손해보험을 흡수합병하면서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메리츠화재에 앞서 5위에 오르게 됐다. 한화손보는 캐롯손보를 통해 디지털 채널과 2030세대 확보하고 이를 발판 삼아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을 두자릿수까지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자동차보험은 손해율이 높은 만큼 수익성 개성을 위해 손해율 관리는 필수적이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보는 지난 1일 캐롯손보 보험계약과 디지털 기술을 인수하는 것으로 흡수합병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한화손보의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는 5670억원, 시장점유율은 5.5%로 메리츠화재(3871억원, 3.8%)를 앞지르고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5위에 오르게 됐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한화손보의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는 3466억원, 시장점유율은 3.4%이며, 캐캐롯손보의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는 2204억원, 시장점유율은 2.1%다.
캐롯손보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주도로 2019년 출범한 국내 1호 디지털 전업 손해보험사로 한화손보,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이 투자해 설립됐다. 이후 2020년 2월 기존 자동차보험의 틀을 벗어나 실제 운전자의 주행거리를 기반으로 매월 탄 만큼 후불로 결제하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이후 자동차보험 외에도 필요할 때마다 보장을 켰다 끄는 방식의 ‘스위치온 보험’, ‘직장인 생활건강보험’, 펫보험 등을 출시했으나 디지털 손보사라는 한계에 부딪혀 출범 이후 적자를 이어갔다.
디지털보험사는 보험설계사나 영업점 없이 온라인만으로 보험을 판매·운영하는 회사로 수익성이 좋은 장기보험을 판매하기가 어려워 상품 포트폴리오가 소액단기보험에 치중돼있다.
장기보험은 상품구조가 복잡해 주로 대면채널 중심으로 가입이 이뤄지는데 디지털보험사는 총계약 건수 중 전화, 우편, 온라인 등 비대면 고객 모집 비중이 90% 이상이어야 한다.
이에 캐롯손보는 적자를 극복하지 못하고 출범 6년 만에 한화손보에 합병됐다. 합병 이후에도 캐롯손보의 브랜드는 차보험의 서브 브랜드로 유지된다.
한화손보는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캐롯손보와의 합병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 2조원 달성과 시장점유율 10%를 목표로 내걸었다. 규모의 경제 실현과 운영 효율성 극대화를 통한 손익 개선에도 나설 방침이다.
현재 자동차보험은 시장점유율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 등 상위 4개사가 85%를 차지하고 있다.
한화손보는 이같이 고착화된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캐롯손보의 사이버마케팅(CM) 채널을 활용할 계획이다. 2030세대가 주요 고객층인 캐롯손보의 특성상 신규 고객 확보 측면에서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높은 손해율은 해결해야할 과제다. 한화손보의 올해 상반기 손해율은 83.2%로 전년 동기 대비 1.4%포인트(p) 상승했다. 차보험손익은 –130억원을 기록했다. 캐롯손보는 5.6%p 개선됐으나 90.7%로 높다. 이는 업계에서 손익분기점으로 여기는 80%를 훌쩍 넘은 수준이다. 적자폭은 276억원에서 193억원으로 축소됐으나 흑자전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높은 손해율로 역마진을 내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으나 어느 정도 규모가 나온다면 안정적인 보험료 수입 구조를 확보할 수 있는데 보험료 인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손보사들은 우량고객을 확보해 손해율을 낮추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 등 대형사 중심으로 자동차시장의 과점 구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한화손보가 캐롯손보와의 합병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브랜드 이미지가 높은 ‘퍼마일 자동차보험’과 같은 혁신적인 상품과 CM채널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와 손해율 관리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