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한 갤러거 형제는 무적···‘브릿팝 전설’ 오아시스 16년 만의 내한 현장

2025-10-22

“We need each other, we believe in one another”

(우린 서로가 필요하고, 우린 서로를 믿어)

- -오아시스 ‘에퀴에스’(Acquiesce) 가사 중

리암 갤러거(Liam Gallagher)(53)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58) 형제가 마주 잡은 손을 번쩍 든 채 밴드 ‘오아시스’의 이름으로 한국 무대에 올랐다. 2009년 마지막 내한공연 이후 16년 만의 일이다. 오아시스가 과거의 명성으로만 남지 않을까 했던 우려는 공연 시작과 동시에 사라졌다. 오아시스는 전성기 때의 활력 그대로 무대에 올랐고, 관객들은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는 듯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2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오아시스 라이브 ’25 사우스 코리아) 콘서트에서 두 사람은 가벼운 볼 인사를 나눈 뒤 각자의 자리로 향했다. 첫 곡 ‘헬로’(Hello)의 전주가 시작되고, 리암은 찢어지는 전자기타 소리 사이로 마이크 앞에서 특유의 자세를 잡고 노래하기 시작했다. 허리를 약간 굽힌 채 뒷짐을 지고 턱을 치켜든 모습과 치기 어린 거친 목소리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그때 그대로였다. 노엘은 뚱한 얼굴로 기타연주를 하면서도 완벽한 화음을 쌓았다.

이어진 곡 ‘에퀴에스’는 몇 안 되는 갤러거 형제의 듀엣곡 중 하나다. 함께 부르는 노래 구성에 ‘서로가 필요하다’는 노랫말이 만나 갤러거 형제의 우정을 상징하는 곡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이날 공연은 노래의 가사처럼, 과거의 불화를 눈 녹듯 씻어내는 순간이었다.

이외에도 이날 공연에는 관객들의 ‘떼창’을 부르는 오아시스의 히트곡들이 대거 포진됐다. 전 세계를 휩쓴 ‘돈트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와 ‘원더월’(Wonderwall) ‘샴페인 슈퍼노바’(Champagne Supernova)는 물론 ‘모닝 글로리’(Morning Glory) ‘슈퍼소닉’(Supersonic) ‘리브 포에버’(Live Forever)등 전주만 들어도 알아챌 수 있는 대표곡들이 가득했다.

오아시스는 흔한 돌출구조 퍼포먼스나 무대효과 없이 2시간의 콘서트를 23곡의 음악만으로 꽉 채웠다. 가끔 마이크를 잡고 한 말들은 “감사합니다” “너네 놀 줄 아는구나” 등이 전부였다. 그러나 관객들은 음악만으로 하나가 되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목놓아 따라부르며 공연을 즐겼다. ‘시가렛 앤 알코올’(Cigarettes & Alcohol)이 흘러나올 때는 다 같이 무대를 등지고 서서 옆 사람과 어깨동무를 하는 ‘포즈난’ 응원법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날 공연에는 주최 측 추산 약 5만 5000여 명이 모였다. 내한 공연을 통틀어 1회 공연으로는 역대 최다 관객에 해당하는 수치다. 때 이른 추위에도 고양종합운동장 인근은 이른 시간부터 오아시스 굿즈를 사기 위해 몰려든 관객들로 북적였다. 공연장 내부가 발 디딜 틈 없었던 것은 물론, 공연장 주변에는 티켓을 구하지 못한 시민들이 몰려들어 공연장 밖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을 즐기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공연을 찾은 관객들은 긴 대기에도 기쁨이 만연한 얼굴이었다. 오아시스의 재결합 소식을 듣고 직접 영국으로 날아가 도시별 공연을 모두 관람했다는 임창섭씨(29)는 “이미 몇 번씩이나 본 공연이지만 한국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의미가 크다. 이번 공연을 보다 보면 너무 감격해 울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노엘 갤러거의 음악으로 오아시스를 알게 됐다는 강석우씨(28)는 “오아시스 팬 SNS를 운영한 지 9년 만에 두 사람의 공연을 볼 수 있게 돼 감격스럽다”며 “(내한을 기념해) 자체 굿즈를 만들어 다른 팬들에게 무료 나눔을 했는데 좋아하는 마음은 나누면 배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오아시스는 영국 맨체스터 지역에서 나고 자란 갤러거 형제를 주축으로 1991년 결성된 밴드다. 동생 리암은 노래를, 형 노엘은 작곡과 기타연주를 주로 맡았다. 이들은 1994년 4월 11일, 첫 싱글 ‘슈퍼소닉’(Supersonic)으로 정식 데뷔함과 동시에 스타 반열에 올랐다. ‘슈퍼소닉’이 실린 1집 는 당시 음악 평론가들에게 ‘최고의 앨범’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90년대 최고의 록 앨범 중 하나로 기록됐다.

‘돈트 룩 백 인 앵거’ ‘원더월’ 등이 수록된 2집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1995)는 오아시스를 영국의 음악 신을 대표하는 가수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이들의 음악은 낙천적인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로 90년대 영국의 노동계층 청년들의 마음을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브릿팝의 정점’이라 칭송받았다. 2009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9000만 장이 넘는 앨범을 판매했다.

형제인 노엘과 리암은 잦은 불화로 갈등을 쌓아오다 2009년 8월 노엘이 탈퇴하며 밴드는 해체됐다. 이후 노엘은 ‘노엘 갤러거스 하이 플라잉 버즈’로, 리암은 기존 오아시스 멤버들과 ‘비디 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갔다. 이들은 솔로활동 중에도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리암은 2011년과 2017년에 공연을 열었고, 노엘은 2012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주기적으로 내한 공연을 개최했다.

해체한 지 15년이 된 지난해 8월 각자의 SNS에 복귀를 암시하는 글을 올리며 재결합 활동이 시작됨을 알렸다. 올해 7월부터 영국 카디프, 멘체스터 ,런던을 시작으로 전 세계 투어를 진행 중이며, 내한공연 이후에도 일본, 중남미 등을 거치며 투어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