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살며] 예의? 수락? 외국인이 헷갈리는 한국어 반응들

2025-08-13

나는 우즈베키스탄 중학교 시절에 한국어 공부를 처음 시작했고, 한국에 거주한 지 17년이 되었다. 오랫동안 나는 한국어에는 반응 표현이 많지 않고 한국인들은 맞장구를 잘 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다. 특히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여러 나라의 문화와 비교할 때마다 이 점을 자주 언급하곤 했다. 그러나 한국인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한국어의 반응 표현이 예상보다 훨씬 다양하고 섬세하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한국어는 맥락과 상황에 따라 같은 말도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언어다. 짧은 한마디일지라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며 겉보기에는 쉬운 말이더라도 자칫하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한국어의 진짜 어려움은 단어 자체보다 그 사이사이에 숨어있는 미묘한 차이에 있는 것 같다. 나는 상대방의 말에 자주 맞장구를 치고 반응을 보이는 문화권에서 자랐기에 한국어 반응 표현을 습관적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그러한 표현이 때로는 상대방에게 내가 진지하게 듣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외국인들이 헷갈리는 한국어 반응 표현에는 “네”, “맞아요”, “그래요”, “그렇군요”,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이해했습니다” 등이 있다. 이 표현들은 모두 긍정의 반응처럼 보이지만 맥락에 따라 전달되는 온도나 거리감이 달라지므로 감정과 분위기를 읽는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찬성이나 수락의 의미를 지닌 맞장구는 일의 진행 여부를 결정짓기도 한다. 발화자가 수락을 기대할 때 상대방은 예의상 이런 표현들로 반응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맞아요”는 화자의 말이 옳다는 것을 인정하는 표현이기 때문에 윗사람에게 사용할 경우 상대방이 당황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자주 사용되고 다양한 의미를 담을 수 있는 표현이 “알겠습니다”이다. 이 말은 단순히 내용을 이해하고 일을 진행하겠다는 의미 외에도 상황에 따라 예의상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공손한 표현으로 쓰이기도 한다. 청자가 상대방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단 긍정의 반응을 보이고 나중에 다시 확인하거나 알아보려는 의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사용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상대방은 “수락”으로 받아들이지만 실제로는 그저 “예의”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반응 표현의 미묘한 차이는 한국인에게도 어려움을 줄 수 있고 외국인에게는 더 큰 의사소통의 장벽이 되기도 한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학습 초기에는 말실수가 어느 정도 용인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유창하고 자연스러운 표현을 구사할 것이 외국인에게도 기대된다. 한국어 학습은 단순한 언어 표현을 익히는 것을 넘어 문화적 감각까지 요구하는 긴 여정이다. 특히 한국어는 화자의 태도, 의도, 관계의 거리감까지 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언어를 배우는 동시에 그 언어가 뿌리내린 문화를 함께 이해해야 함을 실감하게 된다. 나는 또한 한국에 오래 거주했지만, 대화 중 반응할 때는 여전히 망설이거나 서툴 때가 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한국어의 ‘미(美)’이자, 한국 생활의 소소한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사하부트지노바 루이자 조이로브나 남서울대학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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