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프링캠프 대장정을 마쳤지만, NC 이호준 감독은 여전히 고민이 크다. 시범경기 동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당장 개막전 선발부터 정해야 한다.
기대치만 따진다면 좌완 외국인 투수 로건 앨런(28)이 개막전 선발로 나서는 게 순리다. 메이저리그(MLB) 통산 45차례 등판했고, 지난해도 12경기를 소화했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라일리 톰슨(29)이 MLB 경험 없이 마이너리그만 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경력에서 앞선다. 제구나 경기 운영 같은 면에서도 라일리보다는 로건이 낫다는 평가다. 투자 금액 역시 총액 기준 로건이 100만 달러, 라일리가 90만 달러로 차이가 난다.
그런데 로건이 아직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게 고민이다. 선발 등판한 지난 3일 대만 타이난 연습경기 최고구속이 140㎞에 그쳤다. 3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결과는 썩 나쁘지 않았지만, 결과보다 내용이 우선인 시기인 만큼 기대만 못 한 구속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타이난 2차 캠프 직전까지도 로건의 페이스가 늦다며 걱정했다. 미국 투손 캠프에서 불펜 피칭을 소화하는 동안 직구 구속이 줄곧 130㎞대 중반에 머물렀다.
로건이 애초에 구속으로 승부하는 유형은 아니다. 다양한 변화구가 강점이다. 하지만 직구 구속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변화구의 위력 역시 반으로 줄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 로건은 미국에서 평균 146㎞를 던졌다. 크게 돋보이는 속도는 아니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빨랐다.
이 감독의 1선발 고민은 개막 직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5일 인천공항을 통해 대만에서 귀국한 이 감독은 “시범경기까지 보면서 로건의 컨디션을 체크해야 할 것 같다. 투수코치나 저나 로건이 던지는 걸 좀 더 보고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좀 답답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베스트 시나리오는 로건이 개막 전까지 100% 컨디션을 만드는 것이다. 투손에서 느린 구속으로 모두가 걱정할 때도 로건 본인은 크게 염려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슬로 스타터’였고, 비시즌 빌드업도 빠른 편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MLB에서 5년 동안 부대끼며 쌓아온 로건의 경험을 믿어볼 수밖에 없는 게 이 감독의 입장이다.
그러나 로건이 시범경기 동안에도 정상 구위를 찾지 못한다면 개막전 선발의 이름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오는 22일 NC의 개막전 상대는 지난해 우승팀 KIA다. 압도적인 타격을 자랑하는 상대다. 어중간한 구위로 배겨내기가 쉽지 않다. 차라리 ‘파이어볼러’ 라일리를 앞세워 윽박지르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타이난에서 라일리는 150㎞ 이상 강속구를 연신 던졌다.
개막전 결과가 시즌 초반 팀 분위기에 끼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시즌 첫 경기를 따낸다면 이후 경기 운영도 한결 여유가 생긴다. 이 감독은 이날 “투손 1차 캠프까지는 마음이 편했다. 대만에서는 초보 감독이라 그런지 준비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정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