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2629곳 전수조사…AI가 찾았다, 문제 기업 66곳 [문제적 기업 보고서①]

2025-05-21

머니랩

⚠️ ‘문제적 기업’ 보고서 2025 by 머니랩

주식시장에는 당장 상장폐지돼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부실한 종목도 버젓이 거래된다. ‘자본시장의 파수꾼’인 회계사들은 매년 회계감사를 거쳐 감사보고서에 이들 ‘문제적 기업’을 감사의견과 강조사항 형태로 적시한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는 이런 내용을 지나치기 일쑤다. 기업의 부실을 고발하는 신호를 무시하고 주식을 사는 위험천만한 거래를 하게 되는 셈이다.

머니랩은 대표적인 생성 인공지능(AI) 모델인 챗GPT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의 공개 개발자 인터페이스(Open API)를 기반으로 상장사 2629곳(2024년 말 기준)의 감사보고서를 전수조사했다. 생성 AI를 활용해 지뢰 탐지기처럼 주식 투자금을 날릴 위험도 높은 기업을 찾아, 그 이유를 살폈다. 국내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머니랩 독자만을 위한 대외비 보고서를 두 편에 걸쳐 공개한다.

1부. 주식 휴지 되면 늦는다, 감사보고서에서 찾은 ‘부실기업 경고등’ ①

투자의 성패는 ‘어디에 투자하느냐’보다 ‘어디에 투자하지 않느냐’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정보가 제한된 개인투자자는 유망주를 고르는 것만큼 함정을 피해 가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피해야 할 기업일수록 오히려 실체를 한눈에 알아보기 어렵다. 투자 매력이 높은 기업은 성장성이나 정책 수혜 가능성 같은 공통된 특징을 갖지만, 투자해선 안 되는 기업은 재무 상태나 경영진, 사업 구조 등에서 저마다 다른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힌트는 상장 기업이 매년 사업보고서와 함께 제출하는 감사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다. 회사가 실제로 잘 돌아가고 있는지, 매출을 부풀려 계산한 건 아닌지, 일반 주주들이 직접 감시하기 힘든 내용들을 회계사가 1년에 한 번씩 점검해 내놓는 보고서다.

감사보고서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건 ‘계속기업 가정의 중대한 불확실성(계속기업 불확실성)’이다. 사업보고서에 쓰이는 재무제표는 기본적으로 회사가 계속 지속할 것이라는 가정(계속기업 가정)에 따라 작성되는데, 회계사가 보기에 ‘회사가 계속 운영되기 힘들 것 같다’는 뜻이다. 이런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있는데도 회사가 신뢰할 수 있는 재무제표를 공개하지 않았다면 회계사는 비적정 감사의견을, 재무제표를 정확히 작성했고 경영진이 문제점을 극복할 계획이 있다면 적정 감사의견을 내되 감사보고서에는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있다’고 쓴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더 주의해야 할 건 후자다. 규정상 국내 상장사는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거래가 정지되지만, 적정 감사의견을 받으면 여전히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좋다고 산 주식이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감사의견 적정을 받았으나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기재된 상장사가 1년 후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확률은 25.9%로, 계속기업 불확실성 미기재 기업(1.8%)보다 14배 이상 높았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회계법인이 감사보고서에 계속기업 불확실성을 언급했다면, 적정 의견과 무관하게 부도나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며 “적정 의견은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따라 작성되었다는 의미에 불과하다”고 했다.

🔍어떻게 분석했나

머니랩은 챗GPT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의 Open API를 활용해 상장사들의 지난해 사업·감사보고서를 수집하고, ‘계속기업 불확실성’ 등 리스크 관련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DART의 Open API를 연동한 파이썬(Python) 코드를 직접 작성하고, 이를 챗GPT로 수정·보완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그 결과 지난해 감사의견 적정을 받았지만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기재된 기업은 총 66곳으로 집계됐다.

머니랩은 해당 기업들의 부채비율(부채총계/자본총계)과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 당기순손실이 몇 년 연속 이어졌는지,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강조됐는지 하나하나 계산해 ▶과잉 부채와 현금 유동성 위기 기업 ▶현금 유동성 위기 기업 ▶과잉 부채 기업 ▶당기순손실 악화 기업 네 가지로 분류했다. 통상적인 기준에 따라 과잉 부채 기업은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기업, 현금 유동성 위기 기업은 유동비율 100% 미만 기업으로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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