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라니’로 불릴 정도로 운행 중 사고도 문제지만, 차도ㆍ보행로 여기저기에 나뒹구는 전동킥보드에 대한 시민 반응은 꽤 안 좋다. 서울시가 지난 9월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에서 응답자의 93.5%가 ‘견인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민간 대여사업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75.6%에 달했다. 2021년부터 조례를 만들어 견인하고, 최근 시가 더 강력히 조치하겠다고 하자 오히려 민간 견인업체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났다. 다른 지자체 사정도 마찬가지다.
2018년 공유 킥보드 사업을 도입하면서 아마도 이런 부작용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늘어만 나는 사고와 커지는 시민 불만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계속 손을 놓고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발의한 ‘개인형 이동수단의 안전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이 잠자고 있다.
이 사업을 도입할 때 굳이 주차 규제를 얹을 필요까진 없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사업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보관대를 따로 비치하거나, 최소한 아무 곳에나 킥보드를 둬도 되는 방식으로 영업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했을 듯하다. 혹은 시민의식을 갖춘 이용자들이 차나 보행자 이동을 방해하지 않거나 사고를 유발하지 않는 장소에 킥보드를 반납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지 않았을까.
사상 유례없는 정치적 혼란도 다르지 않다. 헌법과 법률들의 허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왜냐”는 질문에 “제정자들이 이런 비상식적 상황까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는 말이 정답으로 들린다. 너무 상식적인 전제와 선의에 기대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아니면 정치적으로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했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사태를 경쟁하듯 수사하고 있는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보여준 난맥상이 대표적이다. 검찰이나 공수처는 현행법상 내란죄에 대한 수사 권한이 없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때 정해진 법들에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두 기관은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된 범죄’의 범위에 내란 혐의를 포함했다. 이들은 각각 윤 대통령에 대해 출석요구를 하다 결국 공수처가 검찰로부터 윤 대통령 사건을 넘겨받았다.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응해야 한다’라는 공수처법에 따랐다지만, 이후 검찰은 관련 자료들을 넘기는 데 인색했다.
아니나 다를까, 윤 대통령 측에서는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하는 것 역시 불법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형사재판을 할 법원과 탄핵심판 심리를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가 문제를 떠안게 됐다. 문재인 정권 시절에 검찰이 밉다고 수사권을 약화하기 위해 공수처를 만들고, 각종 주요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경찰에만 준 영향이다.
헌재의 재판관 6인 체제가 지속하는 상황도 비정상적이다. 헌재 자체 판단으로 탄핵 심리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헌재법은 명확하게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라고 규정한다. 탄핵 최종 판단 역시 6인으로 가능한지는 다른 문제다. 3명의 재판관을 계속 대통령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더라도 헌재는 '6명으로도 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논란은 이어질 것이다. 법을 개정해서라도 또 다른 6인 체제에 대해 대비를 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는 헌법 조항(84조) 때문에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다. 헌법 제정 당시 형사재판 중인 사람이 대선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 못해서인지 몰라도 그 부분에 대한 확실한 규정이 없다.
‘소추’에 재판도 포함되는지도 논쟁의 여지를 남겼다. 대상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를 가정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제기한 문제다. 대장동ㆍ백현동 개발사업 비리 사건, 불법 대북송금 사건 등 많은 재판을 받는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재판도 정지되는지, 계속 법원에 나가서 최종 판결을 받아야 하는지 의견이 갈린다. 현재의 정치 구도대로라면 이 이슈가 내년 대선을 뜨겁게 달굴 것이다. 헌재에서 이 판단을 내릴 시간이 올 가능성도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정치에서도 “법은 도덕의 최소한”(게오르그 옐리네크)이라는 논리가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 당분간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과 혼란을 제어할 수 있는 법률 보완이 필요하다. 한데 자신들의 이기적인 앞날에만 시선이 꽂혀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정치인들에게 주요 역할이 맡겨져 있으니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