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한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31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대혼돈이 벌어졌다.
관저로 향하는 골목 앞에선 이른 아침부터 ‘이재명 구속’과 ‘윤석열 구속’을 외치는 목소리가 부딪혔다. 윤 대통령 지지자 측과 탄핵 지지 측이 각각 40명쯤 모여, 한쪽이 “탄핵 무효”라고 외치면 반대 측이 “탄핵하라”라고 받아치기를 반복하며 서로 구호를 주고받았다.
윤 대통령 지지자 측은 “어디 대통령을 체포한다고 나서나”“법을 알고나 떠들라”라고 외쳤다. 사랑제일교회 측에서 나눠준 태극기·성조기를 흔들며 애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계엄 합법, 탄핵 무효’‘내란수괴 이재명 체포하라’ 라고 적힌 종이 피켓을 든 채였다.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측에선 “윤석열 즉각 체포하라”“이제 끝났다”라고 받아쳤다.
당초 경찰은 관저 방향으로 이어지는 골목을 사이에 두고 양측을 분리해 충돌에 대비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 측이 반대편 측 인도로 넘어와 “이재명 구속”을 외치자 경찰은 “저쪽으로 이동해 달라. 계속 마찰이 있으니까 그런다”라며 이동을 유도했다.
오전 9시쯤까지만 해도 양측 인원이 서로 대치하는 모양새였으나, 체포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진 뒤 윤 대통령 지지자 숫자는 점점 늘어났다. 오전 11시쯤 지지자 수가 200~300명까지 늘어나자 경찰은 한남대로 차선 1개를 더 넓혀 질서유지선을 설치하고 통행로를 확보했다.
이곳이 아수라장이 된 건 오전 11시쯤 경찰 기동대 버스 1대가 관저 방향으로 진입을 시도하면서다. 버스는 집회 현장 질서유지를 위해 추가 투입할 경력을 실은 버스였지만, 윤 대통령 지지자 측이 영장 집행 버스로 오해하며 난리통이 빚어졌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질서유지선을 뚫고 들어와 버스 앞에 드러누우면서 진입을 저지했다. 경찰이 이들을 차도에서 끌어내려 하자 지지자 측이 서로 밀고 당기면서 경찰을 폭행하기도 했다. 경찰 측은 확성기로 “더이상 밀지 말라. 질서유지선 안으로 들어가시라. 차를 뺄 테니까 물러나 달라”고 외쳤다. 약 5분간 대치 끝에 경찰은 차를 뺀 뒤 골목 안 대신 갓길에 버스를 세웠다.
그러나 이후에도 뒤쪽에서 지지자들은 “탄핵 반대”를 외치며 경찰이 세운 질서유지선을 밀고 나오려 했고, 이를 막으려는 경찰은 질서유지선을 잡고 버티며 힘씨름을 벌였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경찰관을 미는 행위는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거듭 경고했다. 결국 집회 주최 측이 “여러분이 이렇게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다. 경찰들과 싸우지 말라”고 외치기도 했다.
오후 12시쯤 자유통일당, 신자유연대, 전국안보시민단체총연합 등 윤 대통령 지지자 측은 대열을 형성한 뒤 본격적인 집회를 시작했다. 사회자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1000만이 모여야 한다”“대통령실로 올라가는 모든 골목을 다 막을 수 있도록 당장 한남동 관저 앞으로 모여달라”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