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산자위 의원들 '지역채널커머스' 기습 법제화 추진…홈쇼핑 업계 '우려'

2025-04-16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역채널커머스' 법제화를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을 기습 발의하면서 홈쇼핑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주무부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케이블TV 업계와 1년 가까이 이어온 논의 내용이 백지화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의 일방적인 입법이 '유사 홈쇼핑'을 양산해 유료 방송 생태계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규제 샌드박스 실증사업 형태로 운영 중인 지역채널커머스를 상설 제도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지역채널커머스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13개사가 지역 소상공인 상품을 생방송으로 직접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 2021년 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로 한시 허용됐으며 오는 6월 종료된다.

홈쇼핑 업계는 국회 기습 입법에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그간 논의해온 내용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역채널커머스 법제화를 위해 지난해 6월 홈쇼핑·케이블TV 사업자와 TF를 구성하고 논의를 진행해왔다. 홈쇼핑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자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2월 현행 실증 특례 수준으로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현재 지역채널커머스는 △1일 3시간, 3회 이내 △주 시청 시간(평일 오후 7~11시, 주말·공휴일 오후 6~11시) 방송 불가 △최근 3년 간 평균 매출액이 4억원 이하인 소상공인 상품 등의 조건이 걸려있는 상태다. 홈쇼핑이 중재안을 마지못해 수용하면서 어느 정도 합의점에 가까워지는 상태였다.

법제화 추진 주체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아니라 산자위 소속이라는 점도 눈총을 받고 있다. 오 의원과 방송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13명 중 5명이 산자위 소속이며 과방위 의원은 강준현 의원 뿐이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도 법안 발의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료 방송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방송법 개정을 주무부처와 협의도 없이 산자위 소속 의원들이 주도한다는 점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홈쇼핑이 지역채널커머스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규제 사각지대 속 '유사 홈쇼핑'이 난무할 수 있어서다. 케이블TV 사업자가 생방송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사실상 홈쇼핑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홈쇼핑의 경우 방송법과 가이드라인에 맞춰 중소기업 상품 편성 비율, 화면 비율 등 사업권 취득과 재승인을 위해 여러 규제를 적용 받는다.

특히 홈쇼핑은 법제화 이후 지역채널커머스 운영 조건이 완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케이블TV 업계는 △방송 횟수 증가 △주 시청 시간 방송 허용 △소상공인 매출액 기준 상향 △타 방송권역 콘텐츠 교환 송출 등을 요구해왔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둔 만큼 국회가 지역 소상공인 상생을 키워드로 법제화를 밀어 붙일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있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업황 악화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마당에 규제를 받지 않는 경쟁자의 시장진입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유료 방송 생태계 현실을 반영해 재승인 심사 기준 완화 등 규제 개선이 우선 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이에 대해 오세희 의원실 관계자는 “내수 침체가 극심한 상황에서 지역채널커머스를 통해 지역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발의한 것”이라며 “과기정통부 주도로 업계가 합의한 사항을 차차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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