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취지’ 가족돌봄 휴가 사용↓
2026년 예산 축소… 법안 국회 낮잠
경영계 “육아휴직 과다해” 반발
연말이나 내년 시행 계획 불투명
“기업들 반대 고려한 대책 필요”
정부가 단기 육아휴직을 도입하겠다며 올해와 내년에 예산을 편성한 가운데 경영계가 국회에 “국내 육아휴직 제도가 이미 선진국 수준 이상이라 과도하다”는 등 이유로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계 반발에 더해 관련 법안은 국회에 방치된 상태여서 정부 의지대로 올해 말 또는 내년에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단기 육아휴직 시행을 위해 정부가 올해 편성한 예산은 742억5600만원이며, 내년에는 이보다 크게 줄어든 184억3600만원이 편성됐다. 내년에 규모가 크게 줄어든 이유는 비슷한 취지인 가족돌봄휴가제도 사용률이 낮아서다. 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서 가족돌봄휴가제도 사용 실적이 있는 사업체는 2.4%에 그쳤다. 이 제도는 육아휴직과 달리 무급이며 사용 기간은 최대 10일이다.

현재 육아휴직 사용 기간은 최소 1달이다. 자녀가 아픈 상황에서 돌봄 공백에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6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단기 육아휴직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연간 1회 1주 단위로 최대 2주까지 쓸 수 있도록 해 ‘유연한 사용’에 방점이 찍혔다.
대책 발표 뒤 국회에서 해당 법안에 관해 제대로 된 논의는 없었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이 지난해 11월 해당 내용을 반영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과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고, 올해 9월에는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의원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노동부는 연말 정기국회에서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법 통과 전에 예산을 편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 시행 시 공백 없는 집행을 위해 일단 최소한으로 편성한 것”이라며 “육아휴직 급여 예산에 포함된 것으로 법 통과가 안 된다고 해서 불용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영계는 육아휴직 제도 확대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올해 9월 ‘육아휴직 등 관련 법률(안)에 대한 경영계 의견’을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수석 전문의원실에 제출했다. 경총은 해당 의견서에서 단기 육아휴직에 대해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 시기 예측이 어려워져 기업의 인력 운용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올해부터 육아휴직 최대 사용 가능 기간이 연장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경총은 “우리나라 육아휴직 제도는 이미 주요 선진국 수준 이상이고, 부모 합산 육아휴직 사용 가능 기간(최대 3년)은 세계 최상위권”이라며 “올해 제도가 대폭 강화돼 추가적 제도 확대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제도 악용 시 노노(勞勞)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1주 휴직으로 대체 근로자를 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미혼 직원의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반발을 고려해 정책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경직적인 육아휴직 제도를 유연하게 쓰자는 면에서 방향성은 바람직하지만, 유연 근로도 어려운 현실에서 기업들이 ‘준비가 안 됐다’고 하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며 “제도 초기에는 안착을 위한 정부 지원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휴직자가 하는 일을 누군가는 대신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이 여유 인력으로 사업장을 운영할 수 있게끔 컨설팅, 인프라 지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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