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병기 칼럼] 지역맹주 없는 전북정가 각자도생의 길로

2025-04-29

대선은 지방선거로 가는 징검다리

지선 공천권 행사할 중진 부재상태

단체장 후보 경쟁은 냉전 아닌 열전

프랑스 남부에 가면 론 강을 끼고 있는 아비뇽 이라는 도시가 있다. 중세의 흔적이 물씬 풍겨나는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아비뇽은 카노사와 더불어 교황권의 부침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성 있는 곳이다. 아비뇽 유수는 1309년부터 1378년까지 교황청이 오늘날 프랑스 아비뇽으로 이전했던 시기를 일컫는 용어다. 교황이 외진 곳에 유폐됐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비뇽 유수와 정반대의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카노사의 굴욕이다. 신성 로마 제국 황제 하인리히 4세가 이탈리아반도 북부의 카노사성에서 교황 그레고리오 7세에게 파문을 취소해 달라고 1077년 추운 겨울날 3일 동안 관용을 구한 대사건이다. 신임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를 앞둔 요즘 아비뇽 유수와 카노사의 굴욕이라는 두가지 사건은 종교의 영역을 떠나 인간세계의 부침과 속성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얼마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젊은이게 남긴 생전 메시지에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 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사람들을 자세히 봐라. 제대로 듣지 않는다”며 “말을 듣다 말고 중간에 대답하곤 하는데, 평화에 도움 되지 않는 자세”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6월 3일로 예정된 장미대선에 나온 대선 후보들은 정치의 속성상 많은 말을 할 수밖에 없겠으나 너나없이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경청하지 않고 독기가 가득한 말만을 뿜어내고 있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논리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오늘날 한국정치의 현장이다. 시민들은 요즘 과연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며, 집권 이후 그려질 청사진은 어떻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데 범위를 좁혀서 전북 정치권에 한정하면 대선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확인하는 하나의 절차일뿐, 관심은 온통 내년 6월 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에 쏠리고 있다. 탄핵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고, 민주당 경선이나 대선 득표율을 운운하는 것 역시 냉정하게 말하면 자신의 입지를 세우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뿐이다. 그런데 전북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지역맹주가 없어졌다. 정세균, 정동영 의원이 당 대표나 대권 후보로 뛸때만 해도 적어도 전북에서 일정 부분 지분 비슷한게 있었으나 세상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지금은 전북의 지분을 운운할 이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지역에서 자신을 챙겨줄 사람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지선 후보군들은 너나없이 중앙무대 이런저런 연고를 쫒아 동아줄을 찾고있다. 도지사나 교육감, 시장군수 선거전이 1년 남짓 남있지만 이번 장미대선이 점수를 딸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현직 단제장은 말할것도 없고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후보들은 저마다 유력한 중앙 정치권 실세를 찾아 이리뛰고 저리뛰고 있는게 오늘의 형국이다. 지방권력은 지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도민으로부터 나오는게 상식일 것 같다. 하지만 오늘날 전북정치권의 현실을 보면 “주권은 민주당에 있고 모든 권력은 중앙당 실세로부터 나온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거 같다. 영남도 마찬가지지만 전북에서는 지역민들의 투표는 특정 정당 후보를 추인하는 하나의 절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맹주가 없는 현실속에서 지역 정치인들은 각자 도생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 결국 지역민들이 제대로 대접 받으려면 눈을 부릅뜨고 정당과 지역정치인들의 행태 하나하나를 예의주시하고 여기에서도 역시 견제와 감시의 원리가 작동돼야 한다.

화룡점정=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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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맹주 #전북정가 각자도생

위병기 bkweeg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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