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학생도 통합되는 새 학기로

2025-03-02

긴 겨울방학을 지나 3월을 맞이하며 학교는 다시 시끌벅적해진다. 입학과 개학으로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기 때문이다. 물씬 다가온 봄내음만큼이나 학교도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으로 한껏 차오른다. 장애 아동도 특수교사도 그 설렘을 누려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과연 어떠할까.

우리나라 장애 학생 중 특수교육법상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된 아동은 거의 12만명에 이른다. 극심한 저출생 여파로 전체 아동 수는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지만, 특수교육대상자는 반대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법적 의무교육인 특수교육은 장애 학생들이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교육받는 통합교육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에 장애 학생만 따로 모아 수업하는 방식은 장애 학생을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여 통합교육 현장에서 분리해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과밀학급에서 일하던 특수교사의 사망 사건은 교육 현장에서 장애 학생들과 특수교사들이 겪고 있는 여러 어려움이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만성적인 지원 인력 부족, 장애 학생의 신변처리 및 도전적 행동 지원의 어려움, 특수교사들의 과중한 행정업무, 일반교사 또는 관리자와의 소통 및 협력체계의 부족 등은 현장에서 매번 지적되고 있다.

그중 과밀학급은 여러 번 지적되어온 일순위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 특수학급 설치기준에 따라 한 특수학급에 배치되는 학생 수는 유치원 4명, 초중등 6명, 고등 7명이다. 특수교육대상자의 장애 유형이나 개인별 특성이 다름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여기에 장애 학생 방과후학교 업무와 행정 잡무까지 특수교사가 맡게 되면 결국 현장은 소진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고자 운영되는 정책도 없지는 않다. 2010년 광주 인화학교 사건 이후 전국 시도교육청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장애 학생 인권보호 상설모니터단이 생겼고, 현재 약 200개의 장애 학생 인권지원단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고, 장애 학생 인권침해 현황 자료조차 공표되지 않아 특수교육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되긴 어려운 실정이다.

부족한 예산에서 비롯돼 실타래처럼 꼬여 있는 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묘수를 뽑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엄연한 사실은, 학교가 아이들이 수많은 관계와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하는 중요한 공동체라는 점이다. 장애 학생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일주일에 적게는 25시간, 많게는 40시간에 이른다. 이 시간 동안 장애 학생들은 다양한 활동을 한다. 등하교하고, 교실을 이동하고, 수업에 참여하며,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화장실에 간다. 이러한 크고 작은 활동마다 각각의 특수교육대상자에게 필요한 지원은 조금씩 다 다른 모양새를 가지기 마련이다.

욱여넣기식 통합교육으로 장애 학생이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어색하게 통합학급에 앉아 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시기가 새 학기 시작 직후이다. 특수교육법에 따라 학기 초에 아동별로 진행되어야 하는 개별화 회의에서 미래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개별화 회의가 형식적인 간담회가 아니라 아이의 통합학급 교사와 교과 담당 교사가 함께 참여하는 회의로 진행된다면, 아이가 이해하거나 따라가기 어려운 교과 시간에 수업과 연결되는 쉬운 활동을 미리 몇가지 고안해두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미 확정된 학교의 연간 행사표를 같이 들여다보면서 각 행사에 맞춰 장애 학생이 참여하기 위해 학교에서 준비해야 할 사항들을 함께 정리해본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이 회의가 학교의 배려가 아닌 법에서 보장되는 아동의 권리임을 인식하고 학기를 시작한다면, 아이의 1년은 어떻게 달라질까. 서로를 동등한 존재로 대하는 시민은 이런 과정을 거쳐 장애 학생이 동등한 구성원으로 존중받는 교실에서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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