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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방송 프로그램인 ‘금쪽같은 내새끼’에 다문화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외국인 엄마와 자녀들의 갈등이 소개된 적이 있다.
갈등의 시작은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서였다.
한국어가 서툰 캐나다 엄마와 삼남매 사이에 있던 언어 장벽을 무너뜨려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28일, 부평구 ‘다올빛 이주여성 연합회’ 사무실에서 한국어 초보 수업이 한창이다.
일대일로 이뤄지는 한국어 수업에는 지난해 결혼한 베트남 이주여성 흐엉 씨(36)가 한국어를 배우느라 여념이 없다.
한국어 초보 단계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하고 있었다.
흐엉 씨는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서로 대화할 수 있어야 겠다는 생각에 어렵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라며 “아이에게 한국어로 베트남어를 가르쳐 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다올빛은 다문화 가정의 외국인 부모들이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흐엉 씨처럼 이주민 부모들을 상대로 한국어를 가르쳐 주고 일자리 창출도 병행하고 있다.
다올빛 관계자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한국어가 미숙한 부모와 살면서 소통 부재로 인한 갈등이 일어나곤 한다”며 “이런 아이들은 학교에서 자존감이 떨어지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한국어가 미숙한 부모를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다문화 가정에서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부평구의회가 첫 발을 내디뎠다.
부평구의회는 제267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허정미 부평구의원이 대표 발의한 ‘부평구 다문화 아동·청소년 이중언어 교육지원 조례안’을 원안 가결했다.
인천 10개 군·구 중 최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한 이중언어 교육 지원이 뼈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 조례안 궁극적인 취지는 더 확장된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게는 이중언어 교육을 가르칠 강사가 필요하다. 다문화 가정 이주민 부모가 강사로 적격이다.
이에 앞서 필요한 것이 이주민 부모들에 대한 한국어 교육이다.
허 의원은 “능숙한 한국어로 모국어를 가르치는 이주민 부모를 바라보는 자녀들의 자존감도 높아질 수 있다”며 “이주민 부모의 일자리 창출 및 자녀의 이중언어 능력, 가족 간의 유대감 향상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2023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2023년 11월 기준 인천의 외국인 주민은 16만 859명이다. 부평구의 외국인 주민은 3만 5301명으로 인천 10개 군·구 중 가장 많다. 전국자치구 중 3위의 규모다.
[ 경기신문 / 인천 = 이기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