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네이버스 레이스’ 오프라인런 현장

마라톤 대회가 러닝 열풍에 힘입어 세대를 아우르는 이벤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최근에는 기록보다 달리는 행위에 의미를 더한 ‘기부러닝’이 주목받고 있다. 대회 참가비로 기금을 조성해 취약계층 지원 사업에 쓰는 식이다.
지난달 21일 서울 잠실 한강공원에서 ‘굿네이버스 레이스 with 띵크어스’ 오프라인런이 열렸다. 이번 대회는 롯데카드 후원으로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기부러닝으로 기획됐다. 참여인원은 3000명. 참가비로 모인 기부금은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몽골에서 숲 조성 사업에 쓰인다.
이날 오전 8시, 대회 시작을 1시간 앞두고 출발지 주변에는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몸을 풀고 있었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온 쌍둥이 형제 한정우·한재하(12)군은 올해로 러닝 3년차다. 대회에만 10번 넘게 참여했다. 정우군은 “4학년 때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기분 전환도 되고 가족들과 함께 뛰면서 서로 격려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재하군은 “엄마보다 먼저 결승선에 들어와서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선씨는 직장 동료 장유리씨와 함께 10km 코스에 도전했다. 올해 4월 달리기 대회에 입문한 이후 줄곧 5km만 뛰었는데, 10km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는 “기록보다는 완주가 목표”라며 “회사 옆자리 동료와 함께 뛰면서 더 멀리 달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장씨는 평소 비영리단체에 정기기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재난이 발생하거나 기념일에 종종 기부하곤 하는데, 달리기도 하고 기부도 할 수 있는 대회라고 해서 바로 신청했다”고 말했다.
출발은 오전 9시. 잠실 한강공원에서 출발해 동쪽으로 한강 라인을 따라 광나루까지 누빈 참가자들은 반환점을 돌아 다시 잠실공원으로 하나둘 도착했다. 이날 5km 부문에서 25분 만에 레이스를 마친 배예찬(31)씨는 결승선을 넘자마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휴일 당직이라 오후에 출근해야 하는데, 기부 레이스라는 좋은 취지에 동참하기 위해 시간을 냈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는 굿네이버스 기부자들도 참여했다. 10km 부문에 참가한 구연호(68) 기부자는 지난 2003년 해외아동 결연을 시작으로 20년 넘게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2019년과 2022년에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조의금 2000만원을 각각 부모님 이름으로 기부했다. 지금까지 누적 1억원 이상을 기부한 ‘더네이버스아너스클럽’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평소 마라톤 대회에 여러 번 참여했는데, 건강도 챙기고 기부도 할 수 있는 이번 대회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오늘도 기록 시간에 맞춰 기부할 예정”이라며 웃었다.
굿네이버스는 이번 오프라인 레이스 행사와 함께 전국 어디서든 원하는 장소에서 기부러닝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버추얼 레이스도 진행하고 있다. 참여자들이 각자 5만 보 이상 걷거나 뛰고 난 뒤 인증하는 방식이다. 버추얼 레이스에는 1차로 2000명이 참여했고, 11월 말까지 추가로 3000명을 모집하고 있다.
이번 대회로 조성된 기부금은 몽골 사막화 방지를 위한 숲 조성에 투입될 예정이다. 몽골의 국토 대부분은 사막과 초원으로 이뤄져 있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사막화 현상은 몽골 주민들의 가장 큰 위협 요소다. 유엔개발계획이 2020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막화 면적은 몽골 국토의 약 76.9%에 이른다.

현실적인 대안은 나무를 심는 일이다. 마른 땅에 나무를 심고 키우면 토지가 비옥해지고 숲을 이루게 되면 생태계 복원 효과도 있다. 몽골에서 연간 60건 이상 발생하는 모래폭풍을 방지할 수 있다. 모래폭풍은 유목민들의 가축과 게르를 빼앗고 한국의 황사에도 영향을 끼친다. 생존을 위협하는 사막화를 막기 위해서는 더 많은 숲이 필요한 상황이다.
단순히 나무만 심는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 교육과 인식 개선 활동도 진행한다.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기후위기 대응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사업을 이끌어간다는 계획이다.
굿네이버스는 지난 11일 몽골 울란바토르 북서쪽에 있는 칭길테산(Chingeltei Mountain)에서 ‘굿네이버스 숲’을 개소하고 지역주민과 함께 녹지 공간을 지속해서 관리하기로 했다. 이날 지역주민과 자치구 공무원 280여 명이 모여 소나무·가문비나무·인동덩굴·작약 등 총 30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전미선 굿네이버스 부사무총장은 “기부러닝 참가자들의 발걸음이 지구를 지키기 위한 실천이자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아동을 비롯한 기후위기 취약계층의 어려움에 귀 기울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