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인의 싱가포르 결사대? 고진영 “꼭 명예의 전당 입성하래요”

2025-02-27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명예의 전당은 전설 중의 전설에게만 허락된 곳이다. 1950년 창설 후 지금까지 입회한 선수는 초대 회장 패티 버그(미국·2006년 타계)부터 지난해 최연소 헌액자가 된 리디아 고(28·뉴질랜드)까지 모두 35명뿐. LPGA 투어에서 숱한 드라마를 쓴 한국에서도 25승을 거둔 ‘골프 여왕’ 박세리(48)와 21승의 ‘골프 여제’ 박인비(37)만이 헌액됐다.

1967년 설립된 명예의 전당 입회에는 여러 조건이 따른다. 먼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거나 평균타수상, 올해의 선수상 중 하나를 수상해야 한다. 기준 점수(27점)도 채워야 한다. 우승에는 1점(메이저대회는 2점)이 주어지고, 평균타수상이나 올해의 선수상에도 1점이 부여된다. 또, 올림픽 금메달을 따도 1점을 얻는다. 이렇게 27점을 충족해야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인 통산 3번째 명예의 전당 회원은 누가 될까. 현재 기준으로는 20점을 채운 고진영(30)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LPGA 투어에서 15승을 달성한 고진영은 지금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머지않아 20승을 돌파해 27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이 개막한 27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에서 만난 고진영도 명예의 전당 입회를 의식하는 눈치였다. 아직은 크게 욕심은 내지 않는다면서도 “팬들의 염원이 크다”며 조심스럽게 웃었다. 그러면서 “이곳 싱가포르에서 명예의 전당 입성을 기원하는 팬클럽이 있다”고 ‘비밀 결사대’의 존재를 귀띔했다.

이른바 ‘JY unlimited(한계가 없는 고진영이라는 뜻)’라고 이름 붙여진 싱가포르 현지 팬클럽은 지난 2022년 만들어졌다. 고진영이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에서 처음 우승한 때다. 핵심은 팬클럽 규모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확히 ‘27명’만으로 운영된다. 이는 입회 기준인 27점을 의미한다. 따로 사이트가 있거나 외부 활동이 적극적이지는 않아서 밖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조직이다.

고진영은 “신입 회원을 뽑을 때도 까다롭다고 들었다. 특징은 회원 대부분이 싱가포르 현지 팬들이라는 점이다. 3년 전 내 플레이를 처음 보시고 팬이 되신 분들이다. 확실한 목표의식이 있는 팬클럽인 만큼 나도 명예의 전당 헌액을 더 의식하게 됐다”고 웃었다.

현지 팬들의 성원을 받은 고진영은 이듬해 대회에서도 정상을 밟았다. 지난해에는 공동 22위로 아쉬움을 삼켰지만, 올 시즌 다시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기 위해 싱가포르를 찾았다. 이날 1라운드 현장에서도 여러 팬클럽 회원을 만날 수 있었다. 금융인으로 일하고 있는 교포 마크 김(42)씨는 “명예의 전당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아니지 않는가. 그러나 고진영이라면 충분히 입회할 수 있다고 본다. 올해부터 3점씩 쌓아서 빨리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한편 66명이 출전한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 1라운드에선 김아림(30)이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 단독선두를 달렸다. 2위는 3언더파의 찰리 헐(29·영국)이다. 최혜진(26)이 2언더파 공동 3위, 양희영(36)이 1언더파 공동 7위로 뒤를 이었고, 임진희(27)가 이븐파 공동 14위, 고진영과 유해란(24), 김효주(30)가 1오버파 공동 20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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