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독과점, 한국 영화 산업의 폐단으로 지목됐다

2025-03-19

2010년 후반부터 과열된 일부 대형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으로 한국 영화 산업의 위기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데이터뉴스가 영화진흥위원회의 '2024년 영화 상영분야 공정환경 조성을 위한 영화인·관객 인식조사'를 분석한 결과, 한국 영화 산업에서 상영 1위 영화의 점유율이 2013년 50%대에서 2024년 80%대까지 치솟았다.

한국 영화의 수익률은 2010년대에 비해 악화돼 있다. 한국 상업영화 수익률 추이를 살펴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2018년 -4.8%까지 감소했다. 2019년 잠시 수익률이 10.9%로 상승했으나,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2024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으로 제작·개봉한 한국 상업영화 37편의 평균 추정수익률은 –16.44%에 불과하다. 그중 손익분기점(BEP)을 넘긴 영화는 10편으로 추정되며, 수익률 –80%를 하회한 작품 편수는 13편으로 전년 대비(5편) 크게 늘어 수익성 양극화가 심해졌다.

이러한 한국 영화산업 부진의 원인으로 '스크린 독과점'이 꼽힌다. 2010년대 후반부터 한국 영화 제작이 대작 중심으로 재편되고, 스크린 독과점을 통해 짧은 기간에 관객을 대거 동원하는 방식으로 변모하면서 중급 이하 영화의 제작이 위축되고, ‘중박’ 흥행 영화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렇듯 ‘대박 아니면 쪽박’인 흥행 양극화가 심화하기 시작하면서 수익률이 악화된 것이다.

또한 한 편의 영화가 스크린 독과점을 하게 되면 그 영화와 경쟁할 다른 영화가 해당 시기에 개봉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전체 파이는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흥행작을 보러 온 관객이 2위, 3위 영화를 보게 되는 이른바 ‘낙수효과’로 시장의 파이가 커져야 하는데, 지금은 스크린 독과점 영화 한 편만 극장에서 상영되는 상황이다 보니 전체 시장 파이가 커질 수 없다는 분석이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상염점유율 1위 영화 추이를 살펴보면 확인할 수 있다.

2013년 '아이언맨3'가 56.1%의 상영점유율을 차지한데 이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마블 영화가 60%대의 점유율을 보였다. 그리고 이 수치는 더 증가해 2018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부터 7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지난해 범죄도시4가 82.0%로 역대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찍었다.

관람객 상당수도 스크린 독과점으로 인한 불편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24년 한 해 동안 영화관에서 1회 이상 영화를 관람한 만 14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 결과, ‘한 편의 영화가 대부분의 상영관과 상영 시간을 차지하고 있어 보고 싶은 영화를 보지 못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는 응답이 59.4%를 차지했다.

특히, ‘그렇다’는 응답은 만 40~49세에서 66.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40대는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기인 2000년대에 20대였던 세대로, 스크린 독과점이 지금과 달리 심화되지 않았던 2000년대와 비교해 지금 상영 환경의 문제점을 가장 많이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스크린 독과점, 흥행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대안으로 프랑스식 멀티플렉스(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여러 개의 스크린을 갖춘 복합 상영관) 규제가 언급됐다. 프랑스와 한국의 연중 영화관 관객 수는 비슷하지만, 프랑스는 멀티플렉스에 대한 규제 정책을 통해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프랑스의 스크린 독과점 규제는 특정 영화의 최대 상영한도를 일반적으로 20~30%로 정하고 있다. 또한 영화상영과 배급 부문에서의 다원주의 확보를 위해 프랑스 국립영화영상센터 CNC는 멀티플렉스 체인과 ‘편성약정’을 맺고, 배급사와 극장 모두를 아우르는 ‘편성 및 상영약정에 대한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8개 스크린 이상을 가진 프랑스 극장에서는 영화 1편이 일일 상영횟수의 30%를 초과할 수 없다. 또 파리 극장들의 상영 계획에 미개봉 유럽영화나 거의 배급되지 않은 영화를 최소 100편 편성해야 하며, 파리 인근과 지방에서는 60편을 초과해 상영해야 한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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