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교 고위 간부 윤모씨가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통일교 청년조직을 이용해 김건희 여사를 위한 ‘별동부대’를 만들라”고 이야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에 YTN 인수, 캄보디아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수주 등을 청탁했다는 혐의를 받는 윤씨가 통일교 조직을 총동원해 김 여사 관련 여론전에도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2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윤씨는 2022년 8월쯤 전씨와 통일교 내부에서 국민의힘 당원을 양성하는 것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며 “우리 청년조직을 활용해서 (김) 여사님의 별똥부대(별동부대의 오기로 추정)를 만들라”고 말했다. 이들은 정치 현안에 대해 논의하면서 이후에도 비슷한 취지의 대화를 여러 차례 나눈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앞서 전씨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으로부터 이런 내용이 담긴 전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를 넘겨받았다.
윤씨와 전씨는 당시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이 보도되며 여론이 악화하자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윤씨는 같은 해 말 “V(윤석열 전 대통령)는 물론 여사님에 대한 평판이 너무 안 좋다”며 “전면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씨가 윤씨에게 “여사님이 요즘 멘탈이 무너져서 힘들어한다”며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고 얘기했다”라고 말한 기록도 확인됐다.
윤씨가 김 여사를 위해 활용하겠다고 한 ‘청년조직’은 세계평화청년학생연합(YSP)으로 추정된다. 윤씨는 문선명 전 총재가 사망한 뒤 현 한학자 총재에게 “미래세대 양성”을 약속하며 신임을 얻었는데, 윤씨가 대표적으로 주력한 사업이 YSP를 강화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YSP는 일종의 청년 교육 단체로, 이곳에 소속되거나 거쳐 간 이들은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YSP 외에도 ‘윤핵관(윤 전 대통령 핵심 관계자)’인 한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청년·노인·시민단체를 조직화하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윤씨와 전씨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교인들을 단체로 입당시킨 정황도 확인해 수사 중이다. 특검팀이 확보한 포렌식 자료에 따르면 윤씨는 2022년 11월 전씨에게 “윤심은 정확히 무엇입니까”라면서 전당대회에 동원해야 할 인원수와 투표권 기준을 물었고, 전씨는 “만 명 이상. 권리당원, 3개월 이상 당비 납부”라고 답했다.
통일교는 앞서 2022년 대선 당시에도 윤 전 대통령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한 총재는 20대 대선을 일주일 앞둔 2022년 3월2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통일교 간부 120여명과 모임을 하면서 당시 윤 후보를 지지하자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당시 통일교 교단에선 ‘2번 윤석열을 지목한 천심이 따르는 민심이 되자’는 메시지를 교인들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