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1세대' 이채원 "韓가치주에 기회있다…트리거는 밸류업"

2024-10-15

“지금까지가 성장주의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가치주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한국 가치 투자 1세대’로 꼽히는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은 1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주식에도 기회가 올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저금리 디플레이션’ 시대가 끝나고 ‘고금리 인플레이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에 차입금 없이 현금을 많이 들고 있으면서 부지·설비·인력을 이미 갖추고 있는 우량 가치주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의장은 1988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평직원으로 입사해 한국투자증권의 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올랐다. 국내에 가치 투자를 전파한 ‘가치 투자 1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2020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이 의장은 2021년 강대권 전 유경PSG자산운용 최고운영책임자(CIO), 남두우 전 다름자산운용 설립자와 함께 라이프자산운용을 세웠다. 라이프자산운용은 출범 3년 만에 운용자산 규모 1조4000억원을 넘기는 등 순항하고 있다.

“한국, 제조업 중심 우량 가치주에 기회 올 것”

이 의장은 “지금까지는 미국 성장주에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했지만, 영원히 오르는 국가나 산업은 없는 법”이라며 “산업 후발주자들이 빠르게 덩치를 불릴 수 있던 시대는 끝났다”고 진단했다. 이에 비해 전통 산업 중심의 한국에 기회가 있다고 봤다. 그는 “한국은 제조업을 중심으로한 우량 가치주가 많기 때문에 환경이 바뀌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며 “시대적·사회적인 흐름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트리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비관론이 크긴 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겠다’는 대의명분은 그 누구도 반대하지 못하는 만큼, 밸류업이 국내 시장의 중장기 트렌드가 될 것”이라며 “일본은 밸류업에 10년이 걸렸지만, 한국은 발전 속도가 빠른 사회니만큼 3~5년이면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주요 선진국이 주주 자본주의를 넘어 직원과 환경, 사회까지 고려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은 주주 자본주의조차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쓴소리를 내놨다. 이 의장은 특히 세제 혜택 등에 치중한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이 의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의 이해관계 불일치”라며 상속세 완화와 공정가 합병제도, 의무공개매수제도 등을 가장 필요한 제도로 꼽았다. “경영 자질이 없는 2세도 있지만, 훌륭한 2세가 있다면 승계를 도와주는 제도적 장치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OECD 국가 중 시가 합병 제도를 채택하는 국가는 많지 않고, 전 세계 중에서도 한국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유독 강한 편”이라면서다. 이 의장은 이사회의 주주 충실 의무를 규정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이사회의 독립적 경영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며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라이프운용은 15일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함께 국내 최초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상장지수펀드(ETF) ‘ACE 라이프자산주주가치액티브’도 출시했다. 단순히 배당을 많이 하거나 거버넌스가 좋은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것을 넘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투자 대상 기업 경영진에 제안하고, 이를 수락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주주 협력주의’ 방식을 지향하는 펀드다. 라이프운용은 2022년에도 SK에 자사주 소각을 제안하는 주주 서한을 보내는 등 주주 협력주의 기조를 유지해 왔다. ETF 구성 종목엔 SK하이닉스와 KB금융, 기아, 하나금융지주 등 40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 의장은 “구성 종목 기업들에 모두 주주 서한을 보낼 예정”이라며 “무조건 배당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거버넌스 개선이나 재무 전략 및 자산 배분 효율화를 위해 기업별로 서로 다른 제안을 하고 이를 수락하는 기업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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