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결승서 日 꺾고
주요 국제대회 사상 첫 우승
꾸준한 투자 마침내 결실
세계무대 주인공으로 급부상
대만의 사상 첫 국제대회 우승은 우연이 아니었다. 현지 한 언론사는 “기적이 아닌 축적”이라고 했다. 그간의 꾸준한 투자와 성장이 결실을 보았다는 자평이다.
대만은 24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일본을 4-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올림픽, 프리미어12 등 주요 야구 국제대회를 통틀어 대만 야구 역사상 첫 우승이다.
국제대회 27연승을 달리던 일본을 꺾었다. 대만이 국제대회에서 일본을 이긴 건 32년 전인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준결승전이 마지막이다. 날짜로 따지면 1만1800일 전이다.
대만은 조별 예선과 슈퍼라운드 두 경기에서 일본에 모두 졌지만, 결승전만큼은 내용과 결과 모두 앞섰다. 선발 린여우민을 비롯해 투수 4명이 9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홈런 2방으로 일본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대만은 결승전까지 9경기를 치르는 동안 2홈런의 천제시엔을 비롯해 타자 9명이 10홈런을 때렸다. 평균자책점 2.59(79이닝 22자책점)로 일본(3.33)을 제치고 대회 1위를 기록했다.
대만프로야구(CPBL) 선수들로 투타 대부분을 꾸렸지만, 고비마다 해외파들의 활약이 빛났다. 마이너리거 선발 배터리가 결승전 승리를 견인했다. 선발 린여우민이 4이닝 무실점을 했고, 포수 린자청은 선제 홈런을 때렸다. 두 사람은 올 시즌 애리조나 산하 AA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벤치의 경기 운영도 돋보였다. 쩡하오루 감독은 결승전 5회초 4득점하며 승기를 잡자 호투하던 선발 린여우민을 4이닝 만에 내렸다. 조별예선 한국전도 그랬다. 린여우민을 5회 2사에 내리고 불펜을 가동해 승리를 지켰다.
쩡하오루 감독의 선택은 준비된 결과였다. 결승전 승리 후 그는 “선발 투수를 빠르게 내리고 불펜을 최대한 활용했다. MLB 월드시리즈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역사적인 국제대회 첫 우승으로 대만은 그야말로 축제에 빠졌다. 증권시장에서 야구 관련 기업들이 상한가를 쳤다. 우승을 기념해 국경일로 지정하자는 정치인도 나왔다. 한국 야구가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2008년과 비교해도 열기가 덜하지 않다.
올림픽 금메달 이후 ‘베이징 키즈’들이 지금 한국 야구를 이끄는 것처럼, 대만의 ‘프리미어12 키즈’들이 향후 대만 야구를 이끌 수 있다. 국제대회 일본전 7연패에 대만에도 최근 상대 전적에서 밀리는 한국으로선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지금 대만 대표팀 선수들도 젊고 강하다.
결승전 선발 야수 9명 중 7명이 20대 전성기 나이다. 최고령인 천제시엔과 판젠카이도 불과 30세다. 선발 린여우민은 이제 불과 21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