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어쩔수 없죠" 이렇게 장기 주는 여자, 받는 남자

2025-10-20

기증자가 생존 시 자기 간 일부나 신장 한쪽 등을 내주는 생체 장기이식의 경우 여성 기증자가 남성 기증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혜자는 남성이 더 많았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총 1만3552명의 생존자가 장기 기증을 했다. 이 중 남성이 6587명(48.6%), 여성이 6965명(51.4%)으로 여성기증자가 378명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향은 기혼자 비율이 높은 30대 중반 이후 청장년층에서 한층 뚜렷했다. 자료에 따르면 35~64세 기증자 중 여성과 남성의 비율은 각각 65.6%, 34.4%였다.

반면 생체 장기이식 수혜자(1만3552명)는 남성(8474명·62.5%)이 여성(5078명·37.5%)보다 많았다. 여성 기증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35~64세에서도 남성 수혜자가 훨씬 많다.

생존자와 달리 뇌사자 장기기증은 양상이 달랐다. 기증자의 66.1%(1617명)이 남성인 반면, 여성은 33.9%(830명)에 그쳤다. 교통사고·산업재해 등 외상으로 인해 남성 뇌사자 발생 비율이 더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뇌사자 장기이식의 수혜자 역시 남성(65%)이 여성보다 많았다.

생체 장기기증은 건강한 성인(19세 이상)이 장기를 기증하는 것을 말한다. 간·췌장·췌도·폐 및 신장 2개 중 1개, 소장 등 일부 장기가 해당한다. 부부,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4촌 이내의 친족 뿐 아니라 타인도 이식대상자로 선정할 수 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의 이식대상자 선정승인을 받아야 한다.

생체 장기기증의 '성별 불균형'에 대해 김선민 의원은 “사회·문화적 요인, 경제적 지위, 전통적인 성 역할 기대 등 복합적인 배경이 있다"라며 "성별 격차의 구체적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심층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가족 간 장기이식을 당연한 도리로 여기는 문화 속에서 여성들은 더 큰 사회적 압력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남성의 음주·흡연율이 여성보다 높고 고혈압·당뇨 등 기저질환 비율 역시 높아 기증 부적합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남성이 생계를 책임지는 가정은 이식 수술로 인한 수입 손실 등을 우려해 여성이 기증자로 나서기도 한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서 코디네이터로 근무 중인 간호사 A씨는 “기증 대상자 선정 때 가족 내 압박은 없는지 등을 살펴보게 돼있지만, 가려내기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40대 주부 B씨가 이런 사례다. 그는 몇년 전 간경화를 앓는 시아버지에 간 일부를 기증했다. 당시 남편과 다른 가족들은 건강이 좋지 않았다. 그는 “기증 안하면 한달 내 돌아가신다고 하니 온 가족이 나만 쳐다봤다. 내키지 않아도 도리가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김 의원은 “복지부는 장기기증에 부당한 압력을 확인하는 제도적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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