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약사범 치료명령 0.8%뿐… 사후관리 ‘부실’

2024-10-23

2023년 집유선고 사범 처분 보니

정부 “치료명령 확대” 공언 불구

2544명 중 치료처분 20명 그쳐

2019년 60명 대비 3분의 1 토막

마약사범 수 4년 새 800명 늘어

재범 위험 높은데 사법부 소극적

“마약 중독자, 자발적 치료 불가능

법원, 치료·재활 연계 적극 나서야”

마약사범이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지난해 마약범죄로 집행유예 처분을 받은 마약사범 중 치료명령 처분이 내려진 비율이 0.7%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범죄의 경우 중독으로 인한 재범 위험성이 높다는 점에서 단순 처벌이 아니라 중독 치료를 병행해야 함에도 마약사범에 대한 사후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실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마약사범 2544명 중 치료명령 병과 처분을 받은 비율은 0.78%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치료명령은 법원이 선고유예나 집행유예를 선고할 때 일정 기간 사회 내에서 생활하면서 보호관찰관의 감독에 따라 정기적인 치료를 받는 것을 직권으로 강제하는 제도로 2016년 12월 도입됐다.

연도별 통계를 살펴보면 집행유예로 치료명령 처분을 받는 마약사범의 비율은 5년 전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3.48%(60명), 2020년 3.34%(56명), 2021년 1.05%(23명), 2022년 0.72%(15명)로 감소했다. 지난해 역시 0.78%(20명)로 1%에 채 미치지 못했다. 같은 기간 집행유예 처분을 받은 마약사범의 수는 2019년 1726명, 2020년 1678명, 2021년 2182명, 2022년 2075명으로 증가했다.

법무부, 보건복지부, 식약처 등 관계 부처는 지난해 6월 “부처 간 연계를 강화해 치료·재활 인프라를 확충하고, 법원과 협의해 마약사범에 대한 치료명령 부과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데, 2019~2020년에 비해 여전히 부과율이 저조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법원이 마약사범의 치료와 재활을 연계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성남 대한법정신의학회 회장은 “법원은 인권침해라고 생각해 치료명령 처분을 내리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마약 중독자들은 자신이 중독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법적인 문제가 처음 생겼을 때가 중독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기”라고 했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전화상담센터장은 “마약중독 치료는 정신병원에서 이뤄지는데 정신병원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많아 자발적인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법원이 마약사범의 치료 필요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마약사범이 증가하는데 단순 처벌만 이뤄지고 있다”며 “급증하는 마약범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사법적 처분과 함께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치료 연계를 위한 시설 확충과 예산 뒷받침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조 회장은 “치료를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며 “마약 중독자, 특히 전과자를 치료하는 것은 일반 정신과 환자 치료보다 훨씬 힘든 만큼 정부가 인력 및 예산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정부가 지난해 시범 운영하고 올해 정식 도입한 이른바 ‘사법-치료-재활 연계 모델’ 사업에 참여하는 마약투약 사범은 9월 기준 누적 100명을 돌파했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마약사범은 최소 6개월간 치료와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게 된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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