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Food] LA에서도 연희동에서도 핫플로 뜬 '동네 슈퍼마켓'

2024-10-24

동네 슈퍼마켓의 부활 ‘신선식품과 즐거운 체험’ 서비스로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진화

헤일리 비버와 협업한 음료 인기끌며

건강한 식료품 파는‘에레혼’주목받아

이커머스 구매를 선호하는 트렌드 속

누리고픈 경험 파는 매장에 손님 몰려

모델 헤일리 비버와 협업해 만든, 일명 ‘헤일리 비버 스무디’가 불티나게 팔리는 곳. 명품 패션 브랜드 ‘발렌시아가’와 협업 제품을 선보이는 곳. 미국 LA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이곳은 로컬 슈퍼마켓 ‘에레혼(Erewhon)’이다. 에레혼을 설명할 때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는 ‘친환경’과 ‘고급’ 그리고 ‘트렌드’다. 에레혼의 10개의 매장은 LA에서도 소득이 높은 동네에 집중해 있고 매장은 세련되고 깔끔하다. 파는 물건도 예사롭지 않은데 가격이 비싼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를테면 산소를 충전했다는 1.9ℓ 물 한 병의 가격이 25.99달러(약 3만5000원)다.

에레혼이 유명해지는데 제대로 한몫을 한 헤일리 비버의 스무디 기본 가격도 20달러부터 시작한다. 사람들은 스무디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SNS에 인증하며 에레혼은 더 유명해지고 있다. 왜냐하면 이곳이 ‘트렌디’하기 때문이다. 지역민에게 이곳은 트렌디한 모임 장소이며, 여행객에게는 LA에 가면 꼭 찾아가야 하는 ‘핫플’이다.

스무디로 이름을 알렸지만, 에레혼의 본질은 로컬 공급을 최우선으로 하는, 신선하고 건강한 식품에 주목하는 슈퍼마켓이다. 지금의 에레혼을 만든 것은 CEO 토니 앤토시와 조세핀 앤토시 부부다. 1970년대 설립돼 파산해가던 슈퍼를 2011년 4월에 인수해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고급스러운 매장으로 바꿔놨다. 타깃은 건강한 유기농 식습관을 추구하는 LA의 상류층 소비자. 이에 맞춰 에레혼은 로컬에서 공급받은 신선식품, 유전자 변형이 없는 농산물, 자연방목으로 키운 고기 등 ‘건강한 식료품’에 집중했다. 매장에서 파는 음식과 음료 모두 유기농 재료를 사용할 정도로 건강식 분야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한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연희동의 ‘사러가쇼핑센터(이하 사러가)’다. ‘사러가’는 품질 관리를 위해 신선식품을 산지와 직거래하고 정육과 수산물 코너는 직영으로 운영한다. 건물 안에 함께 입점한 상점들에도 볼거리가 많아, 다른 지역에서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로 연희동의 ‘핫플’이 된 슈퍼다. 미국의 유기농 슈퍼마켓 ‘홀푸드마켓’도 자주 언급되는 사례다. 지역에서 품질 좋은 친환경 식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로컬기업으로 유명했지만 ‘지역’을 포기하고 전국 체인으로 전환한 후 2017년 아마존에 인수되자 품질과 명성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다.

이처럼 신선식품은 잘 나가는 동네 슈퍼마켓의 기본이자 경쟁력이다. 지역주민이 그날 먹을 식품을 사기 위해 찾는 곳이 동네 슈퍼이기 때문이다. 지역 상권에 맞는 ‘특화’도 중요하다. 닐슨아이큐코리아의 이두영 상무는 “슈퍼에서 들려 물건도 사지만, 그 외에 다른 부수적인 일까지 할 수 있는 특화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리테일의 속성은 리테일테인먼트(retailtainment)에 있다. 소매를 뜻하는 ‘리테일(retail)’과 오락의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조합한 신조어다. 이 상무는 “쇼핑하며 오락을 즐길 수 있게 하는 마케팅을 뜻한다. 리테일의 속성이 ‘즐길 거리’와 ‘체험’에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에레혼을 찾은 관광객이 스무디 하나를 구매하는 것도 일종의 체험이다. 가격이 비쌈에도 기꺼이 누리고픈 경험이다. 지역민은 매장을 찾는 일상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건강에 좋다고 인증된 식품을 산다는 믿음, 세련된 매장에서 동네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다. 이런 점은 팬데믹 기간에 더 유효했다. 외출이 어렵던 시기에 슈퍼가 커뮤니티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레혼은 코로나19 동안 매출이 30% 증가했다고 알려진다.

대형마트보다 이커머스가 채널 중요도의 50%를 차지하는 지금은 엔터테인먼트에 관한 소비자 니즈를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이두영 상무는 “크게 두 가지”라고 설명한다. 첫 번째는 가상매장이라고 부르는 몰입형 디지털 쇼핑매장이다. 대표적인 예는 월마트의 메타버스 쇼핑 플랫폼인 월마트 렐름(Walmart Realm)이다. 3가지 테마의 가상매장을 체험할 수 있게 만들었다.

두 번째는 오프라인 특화매장이다. 핵심은 역시 ‘체험’에 있다. 실제로 종류도 컨셉도 다양한 특화매장이 곳곳에서 문을 여는 중이며 최근에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은 물론이고 성장한 이커머스가 매장을 내는 일도 늘었다. ‘무신사’가 패션에서 뷰티까지 영역을 넓혀 편집숍 ‘무신사스토어 성수@대림창고’까지 개점한 게 대표적인 예다. ‘친근하고 일상적인’ 경험을 강조한 곳도 있다. hy(한국 야쿠르트)가 운영하는 ‘프레딧몰’의 오프라인 채널 ‘프레딧샵’이다. 현재 양천구 신정동의 프레딧샵 1호점과 용산구 후암동의 2호점이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24시간 열려 있으며 안에는 의자가 있어 누구든 쉬어 갈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그로서리 스토어도 특화매장에 가깝다. 농산품과 식료품, 생활잡화 등을 파는 가게를 의미하는데, 가장 먼저 이름을 알린 곳은 2014년 용산구 한남동에 문을 연 ‘보마켓’이다. 보마켓은 동네 주민들이 편하게 생활용품을 사갈 수 있는 ‘동네 마켓’을 표방한다. 판매하는 식료품은 보통 치즈나 향신료, 오일 같은 해외 브랜드의 스페셜티 식품이 위주다. 보마켓 이후에도 ‘그로서리 스토어’는 꾸준히 생겨나는 중이다. 대전을 기반으로 하는 ‘퍼블릭마켓’은 유기농·무농약 농·특산품을 취급하며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한다. 또,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농산물을 판매하며 브런치 카페를 운영하는 ‘흠 마켓(용산동)’, 이탈리아의 식료품을 파는 ‘알리멘따리꼰떼(부암동)’, 세련된 생활용품 브랜드로 MZ 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슈퍼스티치(서교동)’ 등이 있다.

그로서리 스토어는 트렌디하지만, 한계점도 있어 보인다. 마켓을 표방하지만, 카페나 편집숍에 가깝고 가격이 비싸며 구색이 부족하단 평도 있다. 반면 긍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도시와 커뮤니티 연구소’의 경신원 대표는 “어떤 형태든 다양화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한다. 우리 사회는 다양화된 방향으로 가고 있고, 이에 맞춰 슈퍼마켓 역시 다양한 형태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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