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 분홍 크리스마스 선물로 골프 시작한 이와이 쌍둥이 자매

2025-09-08

크리스마스 아침, 여덟살 쌍둥이 자매가 눈을 뜨자 골프백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언니 아키에 머리맡엔 파란색, 동생 치사토 옆엔 분홍색이었다.

일본의 이와이 아키에(23)와 이와이 치사토는 올해 신인으로 LPGA 투어에서 각각 우승, 사상 최초로 ‘쌍둥이 자매 우승자’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미 JLPGA 무대에서만 통산 14승을 합작한 두 선수는 이제 세계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세계 랭킹은 아키에가 23위, 치사토가 32위다. 두 선수와 서면 인터뷰를 했다.

-아키에는 파란색, 치사토는 분홍색이 트레이드마크다.

“초등학교 2학년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에게 골프 클럽을 부탁했는데, 아침에 보니 파란색과 분홍색으로 나뉘어 있었어요.”(아키에)

“저는 산타에게 ‘분홍색이 좋아요’라고 썼던 기억이 나요.”(치사토)

집안일이 바빴던 어머니가 연습장에 가는 아버지에게 쌍둥이를 데려가라고 부탁하면서 자매의 골프가 시작됐다. 아이들이 골프에 흠뻑 빠지자 교도관이었던 이와이 유우지는 술·담배·파친코를 끊고 용돈을 2만엔으로 줄이고 뒷바라지했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즐거워 힘들지 않았다”라고 했다.

아키에는 주로 바지를 입는다. “귀여운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반면 치사토는 스커트를 즐겨 입는다. “멋진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기분 전환을 위해 가끔 여성스럽고 귀여운 걸 섞고 싶을 때 치마를 입곤 합니다.”

쌍둥이는 드라이버 색깔처럼 성격과 경기 스타일도 대비된다. 아키에는 공격적이고, 치사토는 치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둘의 우애는 매우 깊다. 자매가 우승하면 진심으로 기뻐한다. 그러나 경쟁심도 있다.

“만약 마지막 날 마지막 조에서 경쟁한다면, 누구보다 치사토에게만은 지고 싶지 않을 거예요.”(아키에)

“경쟁심은 20%, 동료 의식은 80%쯤 되는 것 같아요. 다만 언니가 우승하면 (기쁘다가) 일주일쯤 지나서야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요.”(치사토)

자매는 일본 여자 골프가 강해진 이유로 2019년 시부노 히나코의 브리티시여자오픈 제패를 꼽았다. 쌍둥이는 입을 모아 “TV로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올해는 일본인이 메이저에서 2승을 했는데, 가까이서 보며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에 대해 자매는 “스윙 폼이 아름답고 퍼팅을 잘 한다”라고 했다. 치사토는 이에 붙여 “일본 선수들의 장점은 정신력”이라고 했다.

형제·자매 중 한 명이 성공하기도 어려운데, 두 사람은 동시에 세계적 선수로 성장했다.

“가장 가까운 곳에 라이벌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시너지 효과가 생겨요.”(아키에)

“운동회, 마라톤에서도 늘 1·2위를 다투며 서로를 끌어올렸습니다.”(치사토)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돈이 두 배로 드는 게 단점이지만, 즐거움도 두 배라고 생각해요.”(아키에)

“비교를 당하는 게 힘들다. 그러나 주목받는 건 반대로 장점도 될 수 있어요.”(치사토)

자매는 어릴 적 아버지에게 들은 가르침을 지금도 마음에 새기고 있다.

“곤란한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어라. 외로운 아이가 있으면 함께 있어라. 내가 당하기 싫은 일은 절대 하지 마라. 여자아이와 어린아이에게는 친절하라.” 유우지 씨는 또 “점심시간에 혼자 있는 아이를 그냥 두지 말고 같이 먹어라”라고 가르쳤다.

이 말은 지금도 두 선수의 가치관을 지탱한다. 두 사람은 지금도 3~4주마다 캐디와 매니저를 교체한다.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