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택 교수의 핀테크 4.0] 디지털금융 2024, 정체와 도약의 갈림길

2024-12-30

2024년이 저물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정세 불안과 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진 한 해였지만, 혁신 기술 기반 디지털금융은 여전히 금융 산업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올해 현안을 되짚어보자.

글로벌 시장은 생성형 인공지능(AI) 폭발적 성장이 금융 서비스를 혁신시키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주요 금융사들은 고객접점부터 운영 전반에 걸쳐 AI 활용을 확대하는 등 업무 효율성과 고객 서비스 시간을 대폭 단축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미국을 필두로 가상자산 ETF 승인과 스테이블코인 규제 정비를 계기로 제도권 진입이 본격화됐다. 대형 유통사들은 적극적인 임베디드 금융 도입으로 소매금융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이런 흐름을 따라 국내 제도도 변화했다. 12월 26일 국회를 통과한 AI 기본법은 윤리원칙과 안전성의 담보 및 산업육성 등 AI시대의 새로운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 7월부터 시행된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마이데이터가 의료·통신·유통 분야로 확대되어 2025년에는 본격적인 융합 서비스의 출현이 기대된다. 금융권은 마이데이터 2.0 업그레이드로 데이터 표준화와 서비스 고도화가 이뤄져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가 강화될 전망이다. 또 망분리 규제 개선이 추진되면서 클라우드 활용과 외부 시스템 연계가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2024년의 제도적 변화와 함께 금융권도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주요 금융플랫폼들은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대환대출과 금융상품 비교서비스로 실질적인 소비자 혜택을 창출하며 금융 포용성을 확대했다. 이런 가운데 모든 금융거래와 생활서비스를 융합한 슈퍼 애플리케이션(앱) 전략은 금융권과 핀테크의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다만 실제 시너지 창출과 이업종 서비스와의 융합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나아가 국내 시장에서도 쇼핑과 여행 등 비금융 앱에서 임베디드 금융과 앱인앱 서비스가 확산됨에 따라 금융의 경계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소비자 경험 중심의 변화도 디지털금융의 핵심 변화로 자리잡았다. 티몬 사태는 그동안의 제도 강화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결제와 소비자 보호 체계에 여전히 보완할 점이 많음을 보여줬다. 한편 QR결제와 비대면 금융 서비스는 소규모 상점과 지역 기반 비즈니스로 확대되며 금융 접근성을 한층 개선했다. 생체인증과 간편결제의 확산으로 거래의 안전성과 편의성이 강화됐지만,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를 통한 소비자 신뢰 확보는 지속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

2024년 디지털자산 시장은 글로벌과 국내가 뚜렷한 온도차를 보였다. 글로벌 시장이 제도권 진입과 함께 급성장하는 동안, 국내 시장은 제한적 성장에 그쳤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투자자 보호의 첫걸음을 뗐지만, STO 및 산업진흥을 위한 후속 법안 지연으로 디지털자산의 규제 불확실성은 시장 발전의 걸림돌로 남아 있다.

핀테크 생태계는 투자 시장의 한파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중소 핀테크사는 자금 조달이 막히며 성장 동력이 약화됐고, 대형 플랫폼으로의 쏠림 현상은 생태계의 다양성을 위협하고 있다. 핀테크사들은 해외송금과 자산관리 등 틈새시장을 개척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다. 자금 지원을 포함한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한 시점이다.

돌이켜보면 올해는 디지털금융의 정체와 도약의 갈림길에 있었다. 글로벌 시장이 AI와 블록체인으로 혁신을 주도하는 동안 국내는 규제 지연으로 성장이 제한됐다. 이를 극복하려면 디지털자산 산업 육성과 핀테크 생태계의 다양성 회복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의지와 실행력이 변화의 핵심이 될 것이다.

송민택 공학박사 pascal@apthef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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