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없어 애물단지된 ‘우족’…“유통규제 풀고 제품 개발을”

2025-03-11

한때 국민 보양식으로 귀하게 여겨졌던 우족이 애물단지가 됐다. 집에서 소뼈를 고아 먹는 문화가 점차 사라져가는 데다 중도매인·판매업자 간 갈등이 커지며 도축 과정에서 자동 폐기해야 한다는 의견마저 거론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사실상 방관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우족 처리문제가 풀릴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수지타산 안 맞는 우족, 폐기까지 거론=“울며 겨자 먹기로 떠안는 상황입니다. 귀한 식자재인 우족을 도축장에서 그냥 폐기하라는 말까지 해야 하는 심정이 오죽하겠느냐고요.”

10일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서 만난 A 한우고기 판매업체 관계자는 “재고는 넘쳐나고 가격은 바닥인데 조작비(털 제거에 드는 인건비), 운송비, 원재료비를 오롯이 업체가 떠안아야 한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A업체에 따르면 조작비, 운송비, 농가에 주는 원재료비를 더하면 구매하는 데 우족 한벌(4개)당 1만5000원 이상이 소요된다. 재고 적체에 따른 냉장비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곰탕 등을 만드는 대형 가공업체에선 우족값으로 1만원을 제시해도 가져갈까 말까 한다”면서 “공판장에서는 우족을 매일 보내오는데 팔리질 않으니 미칠 노릇”이라고 했다.

B 한우고기 판매업체 관계자는 “마장동 판매업체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매년 서울 성동구에 기부하는 우족이 20t에 이르는데도 재고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질 않는다”면서 “무엇보다 팔리지 않는 부산물을 유통시키는 관행부터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족을 판매할 권리가 있는 중도매인 측도 물러서질 않는다.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의 한 중도매인은 “고기와 부산물을 같이 유통시키는 것은 오래전부터 이어온 원칙”이라면서 “판매업자 논리는 돼지고기 가운데 잘 팔리는 부위인 삼겹살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못 가져가겠다며 몽니를 부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맞섰다.

이처럼 우족을 둘러싸고 판매업자와 중도매인 간 갈등이 커지는 가장 큰 이유는 ‘가정에서 소뼈를 고아 먹는 식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서다. C 한우 부산물 유통업체 관계자는 “10여년 전부터 소뼈 부산물의 수요가 꾸준한 감소세를 보인다”면서 “간편식이 대세가 되면서 집에서 오랜 시간 소뼈를 고아 곰탕으로 먹는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사실상 방관, 제품 개발에 힘 보태야=우족 재고문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을 하는 모양새다.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유통팀 관계자는 “(중도매인과 판매업자 간 우족 거래에서 생겨난 문제인 만큼) 정부가 내놓을 대책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소비절벽에 따라 폐기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공판장에서 폐기하게 되면 도축 과정에서 비효율이 발생하는 데다 식자재를 버린다는 것이 국민 정서상 맞지 않아서다.

중장기적으로 우족 유통규제를 풀고, 제품을 개발하는 데 정부와 업계 관계자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B업체 관계자는 “‘축산물위생관리법’을 개정해 판매업체가 직접 우족을 다듬어 유통할 수 있게 한다면 비용을 낮추고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우족 가공 처리는 도축장에서만 할 수 있다.

서영석 전국한우협회 정책지도국장은 “족발과 같이 수요가 꾸준한 돈족처럼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우족제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면서 “실제 도드람양돈농협과 협업해 만든 매운맛 우족찜제품이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판매됐는데 소비자에게 호평을 받았다”고 전했다.

C업체 관계자는 “우족제품은 상대적으로 고령층이 선호하는 부위인 만큼 정부가 나서서 지방의 유통매장에서 판매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명 요리사와 함께 우족 조리법을 알려주는 영상을 제작·보급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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