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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오늘 여야 합의 실패로 국민연금, 추가경정예산, 반도체특별법 등 국정 3대 핵심 안건 처리가 결국 물 건너간다는 실망스러운 소식을 접할 것 같다. 정치권은 ‘국난 극복은 안중에 없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했으나 양측이 격돌하는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추경 편성과 반도체특별법은 아예 논의하지도 않았다고 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야기한 12·3 비상계엄 사태로 경제 불확실성이 증폭하고,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대외 여건이 급속히 악화하는 절체절명의 국가위기 상황이다. 그제 한국은행마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5%로 대폭 낮추며, 물가상승 우려에도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을 정도다. 내수 진작, 민생회복을 위한 추경 긴급편성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성장지원을 위한 반도체특별법 조기처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여야는 국민과 기업의 비명이 들리지 않나 보다.
적립금 고갈과 다음 세대 부담 가중이 우려되는 국민연금 개편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다. 여야는 현재 40%인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 연금수령액 비율) 인상을 놓고 국민의힘의 42∼43%, 더불어민주당의 44∼45% 주장이 팽팽히 맞서 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는 국민연금 개편의 경우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설치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내일 국정협의회를 열어 구체적 논의를 진전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여야가 도대체 그동안 무엇을 협의했고, 다시 무엇을 논의한다는 이야기인지 알 수가 없다.
여야가 그제 예정됐던 원내대표 회동을 어제로 연기할 때부터 미덥지 못했다. 권 원내대표가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최후변론 방청을 위해 회동을 미뤘다니 귀가 의심스럽다.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될 골든타임이 있다. 2월 국회에서 처리 못 하면 3월 국회에서 하면 된다는 안이한 사고로는 경제 살리기, 민생회복에서 모두 실기할 수 있다. 만약에 3월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인용된다면 정국은 곧바로 조기대선 모드에 돌입한다. 여야 협의는 사실상 휴업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 이젠 결단의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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