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직무 복귀시 임기단축 개헌'엔 평가 갈려
"전향적 자세" vs "신뢰 잃어 효용 없을 듯"
간담회 직후 우원식 찾아가 개헌 논의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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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 원로들이 내달 5일 서울역에서 '범국민 개헌 촉구 서명운동 발대식'을 열기로 했다.
전직 국회의장·국무총리·당대표들로 구성된 '나라를 걱정하는 원로모임'은 26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5차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일정을 결정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을 비롯해 박병석·정세균 전 국회의장, 이낙연 전 국무총리, 김무성·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여야 원로들은 개헌 필요성에 대해선 한목소리를 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직무 복귀시 '임기단축 개헌'에 나서겠다고 밝힌 데 대해선 평가가 엇갈렸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어제 마침 윤 대통령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했기 때문에 오늘부터 여야가 합의해서 탄핵재판을 중단시켜야 한다"며 "그 다음에 백년대계에 맞는 새 헌법을 만들고 큰 문제를 야기한 윤 대통령은 책임지고 사임해야 한다"고 했다.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는 "대통령이 헌재에서 국민의 뜻을 받아서 개헌하겠다는 얘기를 한 것은 다행스럽고 우리가 다 공감한다"면서도 "아쉬운 것은 구체성이 없다. 국민의힘이 국민에게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 야당에 충격이 간다"고 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어제 윤 대통령의 최후 발언을 보고 '개헌의 물꼬가 좀 트일 수 있나'라고 생각했다"며 "(탄핵소추안이) 기각이 돼 복귀한다면 거국 내각을 확실히 만들어야 한다. 그런 상황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어느 정도 양보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반면 정세균 전 의장은 "대통령이 모처럼 의미 있는 발언을 했지만 불행하게도 국민들의 신뢰를 많이 잃어버린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효용이 없지 않을까 걱정이 든다"며 "무언가를 기대하는 게 현실적으로는 좀 어려운 문제 아니냐"라고 했다.
이낙연 전 총리는 "지금의 권력 충돌, 국가 파탄이 '87 체제'의 장송곡 같다"며 "개헌하지 않으면 죽은 체제 위에 새로운 권력이 탄생한다. 도덕성이 매우 의심스러운 사람들이 (권력자가) 된다면 지금보다 더 심한 파탄이 오지 말란 법이 없다"고 했다.
정 회장과 일부 원로들은 간담회가 끝난 뒤 우원식 국회의장을 찾아 논의 내용을 전달하며 국회에 조속한 개헌 논의를 촉구했다.
정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 개헌자문위원회가 있지만 의장이 여야를 촉구해 개헌추진위원회를 만들어서 실기하지 않고 개헌하도록 하자고 이야기했다"며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의장의 답변은 긍정적이었다"고 했다.
정 회장은 이 대표에게 약 한 달 전에 전화해 개헌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이 대표가 "연구해보자"는 정도로만 답변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신년 기자회견 당시엔 "4년 중임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엔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며 선을 긋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