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단독처리, 합의 전통 깨는 것" 원로 전문가의 쓴소리

2025-02-24

연금개혁을 두고 여야 대립이 격화하고 야당이 단독처리를 공언한 가운데 원로 연금 전문가가 합의 개혁과 점진적 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상균 전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24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일방적으로 처리하게 되면 사회적 합의라는 연금개혁의 오랜 전통을 깨는 것이고, 또 다른 분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의 비율, 현재 41.5%) 43%, 야당은 44~45%로 올리자고 맞선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에 이어 24일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27일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대로 가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두고 혼란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은 김 전 위원장과 일문일답.

야당이 단독처리한다는데.

"이 대표는 (연금개혁이) 대선에 도움이 되길 원하고, 여당은 막으려 한다. 정치권이 이러니 자꾸 문제가 생긴다. 이럴수록 단독처리를 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국민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걸 국회가 만들어야 한다. 단독처리해서 얄팍하게 표를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또 누군가 주도해서 표를 얻고, 이럴 사안이 아니다."

일각에서 단독처리라도 하자는데.

"연금개혁은 한발 한발 끊임없이 수리해 나가는 작업이다. 절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음에는 어떡할 거냐."

단독처리하면 다음 단계 개혁(가령 구조개혁)에 진도를 낼 수 없다는 뜻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인터뷰 도중에 "딱해서 죽겠다"고 여러 차례 한숨지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미 합의된 보험료율 인상(9%→13%)에다 소득대체율을 양측 주장의 중간인 43.5%에서 합의하자."

자동조정 장치는 어떻게 하나.

"실행할 때 국회 승인을 받는 것을 전제로 '조건부 도입'하는 쪽으로 우선 합의하면 될 것 같다."

자동조정장치는 가입자·수명 변화에 맞춰 연금액 상승률을 자동으로 낮추는 제도이다. 여당은 찬성, 야당은 반대하다 20일 최상목 대행과 이재명 대표가 조건부 도입에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여당의 역할은 뭔가.

"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원칙이다. 여당은 이 상황을 활용해야 한다. 의석이 부족해서 원하는 대로 못 하면 차선의 길로 가야 한다. 거대 야당을 다독거리면서 횡포 부리지 못하게, 단독처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는 어땠나.

"2년 전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을 제외하면 세계 연금 역사에서 사회적 합의가 전통이다. 영국·독일·미국 등이 대표적이다. 합의 개혁을 해야 후유증이 적다. 합의가 미풍양속이다."

이번에 안 되면 다음에 하면 안 되나.

"정치 상황이 앞으로도 안 좋다. 경제적 상황도 나빠진다. 둘은 연금개혁의 악조건이다. 다음에 하면 개혁이 물거품이 될 것이다. 지금 안 하면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퇴보이다."

개혁이 그리 급하나.

"매일 885억원의 부채가 쌓이고 있고, 하루가 다르게 악화하는 사실을 후세대에 알려야 한다. '2056년 소진'이라고 하니까 인간이 달에 가는 것처럼 먼 훗날 얘기라고 생각하는데,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정치인이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김 교수는 2014년 기초연금 도입 때 국민행복연금위원장, 2018년 국민연금 4차 재정재계산 때 제도발전위원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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