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부처별 내년도 예산안 밑그림이 나오면 이를 가지고 8월말까지 예산당국과 부처 간 예산협의가 이뤄지는 ‘예산의 시간’이 진행된다. 예산당국은 내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통해 경기 침체 해소를 위한 내수 진작, 일자리 창출부문에 대한 재정 투입 등 ‘적극재정’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예산안 편성기조에 기댄 농업계는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농업경영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면서 농업생산비 절감을 위한 예산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또 이상기후발 재해 상시화에 따른 재해대책 예산 증액은 물론 쌀과 논콩 임의자조금 사업비 예산 확보에도 나서고 있지만 예산당국의 높은 문턱을 얼마나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6·3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농업예산 확대 공약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농산물가격 안정제, 필수농자재 국가 지원제 도입을 약속하며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국가 전체 예산 대비 농업예산 비중을 5% 이상으로 높이고 농업 직접지불금 예산도 7조원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지금 농가소득의 근간인 농업소득은 30년 전보다도 못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2024년 농가의 농업소득은 957만여원으로 2022년에 이어 다시 100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2022년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외부요인이 있었지만 지난해 농업소득은 생산비 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가 그 원인이다. 지난해 농가 농업소득은 1995년의 1046만900원을 밑돌고, 농가소득 대비 농업소득 비율은 18.9%로 농업소득만으로 농가살림을 이어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올 추가경정예산(추경)은 농민들이 요구한 농가경영비 지원 가운데 무기질비료 예산만 찔끔 생색내는 데 그쳤다. 그런 만큼 추경에서 빠진 예산은 대선 이후 2차 추경이든 내년도 예산 반영이든 하루가 급하다. 환율과 유가, 글로벌 공급망 흐름에 따라 널뛰는 농사용 전기료와 사료곡물 등에 대한 예산 지원을 통해 농가경영을 안정시키는 것만큼 시급한 ‘적극재정’은 없다. 아울러 농업직불금 예산을 비롯한 농가소득 안정예산은 법제화를 통해 예산당국의 재량권이 손을 댈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대선 후보들의 농업예산 공약도 또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