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출신 이주민 미국변호사의 미국 소송 대응전략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이 있잖아요. 소송 초반부터 상대방에게 우리 변호사들은 배심원 재판까지, 끝까지 갈 수 있다는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중간에 합의를 하더라도 합리적인 액수의 합의를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같은 로펌의 티모시 유(Timothy B. Yoo) 파트너와 함께 한국을 찾은 로스앤젤레스의 소송 전문 로펌, 버드 머렐라(Bird Marella)의 이주민(Christopher J. Lee)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겸 뉴욕주 변호사는 "미국 소송에 자주 노출되는 한국기업들이 분쟁을 피하려는 생각에 너무 합의를 서두르면 합의금도 올라가고 제2, 제3의 소송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전략적, 능동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한국계 재판변호사로 유명
이 변호사는 대원외고를 나와 곧바로 하버드대에 진학한 대원외고 유학반 출신으로, 하바드대에 이어 2016년 하버드 로스쿨(JD)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었다. 형사와 함께 지식재산권(IP), 채권채무와 계약 관계, 손해배상청구소송, 가상화폐 관련 사건 등 폭넓게 민사소송을 수행하는 그는 직접 배심원 앞에서 설득력 있는 변론을 구사하는 재판변호사(trial lawyer)로 유명하다. 버드 머렐라의 노익환, 티모시 유 변호사와 함께 미국에서 활동하는,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한국계 재판변호사 중 한 명이며, 한국 관련 소송 등에서의 뛰어난 성과를 인정받아 유명 법률잡지에서 단골로 선정되는 남가주 지역의 라이징스타(Rising Star) 중 한 명이다.
이 변호사는 리걸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소송에 연루될 수 있는 한국의 잠재적인 의뢰인들에게 사건의 속성, 내용에 걸맞은 유형별 맞춤형 대응을 강조했다.
최근 한국기업들이 연루되는 경우가 잦은 특허소송의 경우, 때로는 먼저 선언적 판결(declaratory judgment)을 신청하여 이후의 침해소송을 차단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첫 번째 의견이다. 그는 또 이미 미국 회사들 사이에 한국에서 들여온 부품의 흠 등을 놓고 소송이 시작되어 그중 한 쪽으로부터 '너희가 만든 부품이니 너희가 책임지라'는 식의 변제(indemnity) 요구를 받을 경우, 미국 회사들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기만 기다리기보다는 선제적으로 해당 소송에 당사자로 직접 참가해서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서는 것이 궁극적으로 면책이나 배상액 축소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변제 요구에 직접 소송 참가도 한 방법"
이 변호사는 "사건을 맡아보면 인적관할(personal jurisdiction) 등 절차적 문제를 공략하여 최소한의 비용으로 정리할 수 있는 소송이 있는가 하면, 본안재판까지 갈 가능성을 열어놓고 초반부터 우직하게 증거를 수집하고 논리 전개를 준비해야 하는 등 변론 포인트가 사건마다 천차만별"이라며 "무엇보다도 의뢰인과 변호사가 능동적으로 소통하며 전략을 짜 대응하는 것이 요구되고, 소송 시작 단계의 쟁점부터 최종 배심원 재판까지 전체를 커버하며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전문 변호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인적관할 등 절차적 문제가 쟁점이 될 수 있는 사건을 후자의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소모하게 되고, 반대로 후자의 경우를 전자의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준비가 부족해 법정에서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변호사는 "한국기업이 관련된 미국 소송이 늘어나고 분쟁 규모도 커지고 있지만 한국기업들의 소송 대응 역시 과거에 비해 좀 더 전략적, 능동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미국 현지에서 직접 재판을 진행하며 느낀 소감을 전했다. 다만, 아직은 한국기업이 피고로 소송을 당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때로는 한국기업이 먼저 원고가 되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분쟁의 해결은 물론 궁극적으로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도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의견이다.
"미국기업들 사이에선 소송을 투자이자 경영전략의 일부로 생각하고, 기업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되면 능동적으로 소를 제기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어요."
이 변호사는 "한국기업이 원고가 되어 미국 법원에서 비싼 법률비용을 부담하며 '원정 경기'를 치루는 것이 기업에게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하면서도, "하지만 그로 인해 우리 기업이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받지 못하거나, 또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못해 나중에 더 큰 소송의 피고가 되는 사례를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거듭 전략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소송을 피하려면 소송을 준비하고 때로는 선제적으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소송 전문' 이주민 변호사의 '소송평화론'이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