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내심의 범죄

2024-11-21

범죄행위는 원칙적으로 범죄 하려는 생각 즉 고의가 있어야 한다. 고의는 사람의 내심을 들여다 보아야 하므로 신이 아닌 이상 이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판사는 범죄자의 발언, 행동, 관련 물적 증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한다. 사기죄, 무고죄, 위증죄는 특히 내심의 의사가 문제 된다.

사기죄는 타인으로부터 돈을 빌려도 이를 갚을 의사가 없거나 갚을 능력이 없는 경우에 성립한다. 범인이 ‘내가 돈을 빌릴 때는 갚을 생각이 있었지만 이후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경제적인 능력이 상실되어 갚지 못하였다’라고 변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경우 판사가 ‘당신은 처음부터 돈을 갚지 않기로 작정하고 돈을 빌렸다’라고 판단하기 위하여는 당시 범인의 재력이 매우 중요하다. 만일 범인이 돈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돈을 빌려서 사용하였다면 그 돈을 갚을 방법은 막막할 것이므로 ‘처음부터 돈을 갚을 의사가 없었다’라고 판단하거나 또는 ‘당시 경제력을 고려하면 돈을 빌려 사용하면 이후 갚을 능력이 되지 않게 되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변제할 수 있다’라는 말은 실제와 다른 거짓말이므로 사기죄를 인정한다.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수사기관이나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성립되는 범죄이다.

신고자가 엉터리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고 신고하였고, 엉터리 내용을 진실로 믿은 것에 대하여 수긍할만한 이유가 있다면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유는 신고자의 속마음이 ‘엉터리 신고를 한다’는 생각, 수사기관을 속일 생각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신고자가 타인에게 해악을 가하기 위하여 엉터리 신고하였는데 수사 중에 신고한 내용이 공교롭게도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한다면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허위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고 내용이 허위라도 그 내용으로 형사처분, 징계처분이 불가능하면 신고사실이 범죄를 구성하지 않으므로 무고죄가 아니다. 무고죄는 국가의 형벌권 등의 적정한 행사를 방해하는 죄로서 국가 법익은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무고를 당한 자가 허위 사실 신고에 동의하여도 역시 무고죄로 처벌된다. 이유는 국가를 속이려고 시도하였기 때문이다.

위증죄는 약간 더 복잡하다. 위증죄는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일반인들은 위증죄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증언할 경우 성립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위증죄는 객관적 사실에 반대되는 진술을 한 경우가 아니라 증인이 자신의 기억과 다른 내용을 진술하는 것, 즉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과 다르게 법정에서 증언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일반적으로 실제 진실은 A인데 갑이 법정에서 B라고 허위로 증언하는 경우 위증죄가 성립한다. 그런데 갑이 실제 내용이 B라고 잘못 알고 있고, 법정에서 자신이 잘못 알았던 내용인 B라고 증언한 경우에는 위증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에 따라 증언하였고, 위증한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진실은 A인데 갑이 B라고 잘못 알고 있고, 증언 전에 타인으로부터 진실은 A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그 설명에 확신은 없었고, 자신은 여전히 B가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법정에서 A라고 진실한 내용으로 증언하여도 위증죄로 처벌된다.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과 다르게 증언하였기 때문에 사실과 일치하게 증언하여도 위증죄가 성립하는 것이다.

위증죄에 대하여는 ‘위증한 자가 그 진술한 사건의 재판 또는 징계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자백 또는 자수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하는 다른 죄에 없는 특별조항이 있다(형법 제153조). 이 조항은 피고인을 위한 이유보다는 위증에 따른 잘못된 판결 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야당 대표의 위증죄 선고가 목전에 다가왔다. 만일 위증(교사)죄가 성립된다면 위증한 사람보다 위증 교사한 측이 더 큰 이익을 보게 되고 실제로도 이익을 본 점, 해당 사건에서 판결이 확정되어 형법 제153조의 감면조항이 적용될 수 없는 점, 재판 최종 단계까지 자백하지 않아 반성이 없다는 점, 위증죄의 엄중함을 아는 법조인인 점에서 일반적인 위증죄에 비하여 중형선고가 예상된다.

김병진 대한변협 공인 대구 형사·부동산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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