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교제·청탁 명목 5000만원 수수 입증 안돼"
사건 소개한 경찰에 수표…"수사기관 신뢰 저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백현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 수사 무마를 대가로 민간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에게 수임료 외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경찰 총경 출신 곽정기 변호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사건을 소개해 준 현직 경찰관에게 소개료 명목으로 400만원을 건넨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22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 변호사와 박모 경감에게 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박 경감에게는 635만원 상당의 추징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곽 변호사가 사건 해결을 위한 경찰 공무원 교제·청탁 명목으로 정 회장에게 현금 1억원을 요구하고 이 중 5000만원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법관으로 하여금 확신이 들 정도로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미 수임료 7억원에 변호인 선임 계약을 한 상태에서 곽 변호사가 정 회장에게 '사건을 마무리할 테니 돈을 달라'는 말을 했는지 강한 의심이 든다는 것이다.
정 회장도 지난 3월 증인으로 출석해 곽 변호사로부터 직접 '백현동 수사를 마무리 혹은 무마해 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들은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곽 변호사와 정 회장이 만나 식사하는 자리에서도 '목표는 (경찰의) 영장 신청을 저지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대화를 하며 영장실질심사 단계를 논의하는 등 사건 종결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던 점도 근거로 들었다.
반면 박 경감에게 정 회장 사건에 대한 소개료로 400만원 상당의 자기앞수표 4장을 교부한 점은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 "박씨가 소개한 사건의 수임료를 감안할 때 소개료 명목으로 준 금원이 소액인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변호사업계의 관행이라 할 수 있는 소개료를 금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법률의 공정하고 원활한 운영을 방해하고 법질서를 문란하게 하며 수임구조의 왜곡을 낳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경찰 고위직 재직 경력이 있는 소위 전관 변호사인 피고인이 현직 경찰관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여러 차례 사건을 소개받았다"며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질타했다.
또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휴대폰을 초기화하고 사용하던 다이어리를 찢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점,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하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점도 양형에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박 경감에 대해서도 "정 회장과 식사하는 자리에 사건을 수사하는 경기남부청 수사관을 부르는 등 이 사건에 개입한 법조브로커와 별다르지 않은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앞서 곽 변호사는 2022년 6~7월 정 회장으로부터 경찰 수사와 관련해 수임료 7억원 외에 공무원 교제·청탁 명목으로 현금 5000만원을 별도로 수수하고, 해당 사건을 소개해 준 박 경감에게 소개료 명목으로 400만원을 지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경감은 정 회장 사건을 곽 변호사에게 소개해 주고 400만원을 수수한 혐의와 민간업자 등으로부터 향응을 받아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됐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