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씨 측에 2022년 6월 지방선거 국민의힘 공천을 노리고 억대 현금을 건넨 혐의를 받는 배모씨와 이모씨가 이 돈이 ‘빌려준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변제약정서를 작성했었다”면서도 “이후 찢어버렸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핵심 증거를 스스로 없앴다고 밝힌 것이다. 검찰은 배씨와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 중이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지난 21일 배씨와 이씨,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 소장을 대질조사했다. 검찰은 배씨와 이씨가 2022년 지방선거 공천을 받을 목적으로 2021년 8월부터 2022년 2월까지 명씨 측에 각각 1억2000만원씩을 줬다고 의심한다. 김 전 소장은 명씨의 지시로 이들로부터 돈을 받아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를 위한 무상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는 입장이다. 반면 명씨와 배씨, 이씨는 이 돈이 공천과는 무관하고 단지 김 전 소장에게 빌려준 돈이라고 주장한다.
22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배씨와 이씨는 전날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소장과 ‘2022년 3~6월 매달 3000만원씩 돌려받는다’는 내용이 적힌 변제약정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현재는 약정서를 갖고 있지 않고 “찢어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어디서 파기했고, 어디에 버렸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들이 변제약정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김 전 소장이 “2022년 4월 무렵 공천에서 떨어진 두 사람이 돈을 달라고 독촉했다”고 밝힌 것을 반박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앞선 검찰 조사에서 이씨는 “공천 목적으로 명씨에게 준 돈”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가 지난 15일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입장을 바꿨다.
김 전 소장은 이들이 주장하는 2022년 3~6월에 대한 약정서는 애초 작성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 전 소장 측 문건일 변호사(법무법인 일로)는 “변제약정서를 실제 작성했다면 배씨와 이씨의 ‘빌려준 돈’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중요한 문서 아니냐”며 “그렇게 중요했다면 사진이나 스캔을 해서라도 보관을 해놨어야 했는데, 이런 조치도 없이 직접 파기했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씨와 이씨는 돈을 건넨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현금을 최초 전달한 시점이 2021년 8월11일이라고 처음 밝혔다. 이들은 이듬해 1~2월 무렵까지 총 5~6차례에 걸쳐 현금으로 1억2000만원씩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전날 대질조사 내용 등을 분석한 뒤 배씨와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오후 수감 중인 명씨를 불러 추가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