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63·국민의힘) 서울시장과 가까운 A씨가 지난 보궐선거 과정에서 정치 브로커 명태균(54)씨 측에 수천만원을 입금한 내역이 공개됐다. 이 돈은 당시 명씨가 운영에 관여한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인 강혜경(47)씨 계좌로 들어갔는데, 강씨는 ‘오 시장 여론조사 대가였다’고 말한다. 명씨도 같은 의견이다. 반면,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에 휩싸인 오 시장 측은 “명씨가 김영선(64·국민의힘) 전 의원과 함께 여론조사 영업을 하러 왔지만 이를 거절했다”며 전면 부인했다.
오 시장 고액 후원자…명태균 측에 3300만원 입금
22일 강씨 측(법률대리인)이 공개한 입금 내역을 보면, A씨는 2021년 2월 1일(1000만원)·5일(550만원)·18일(550만원)·23일(700만원), 3월 26일(500만원) 5차례에 걸쳐 총 3300만원을 강씨 계좌로 입금했다. 같은 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리기 두 달 전이다. A씨는 오 시장과 가까운 사이로 2022년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시장 후보에게 500만원(개인 한도 최대)을 후원하기도 했다.
강씨 측은 이 돈을 오 시장을 위한 여론조사 비용과 명씨 생활비 등에 썼다고 했다. A씨가 여론조사 비용을 오 시장 대신 납부했다는 취지다. 미래한국연구소가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진행한 여론조사는 25건이며 이 중 오 시장과 관련한 비공표 여론조사는 13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볼 수 있단 의견이 나온다. 강씨는 입금 내역 등 증빙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한다.
오 시장 측 “명씨, 여론조사 제의 거절했다”
이에 이종현 서울시 민생소통특보는 “명씨가 김 전 의원과 함께‘여론조사를 의뢰해 달라’며 영업하러 왔었지만, 의뢰 안 하겠다고 했다”며 “그랬더니 (명씨가) ‘정치를 모른다. 너희들은’이라며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명씨 측에 여론조사를 의뢰하지도 그 결과를 받지도 않았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이 특보는 “명씨가 찾아왔을 때가 2월 중순쯤이었다. A씨가 처음 입금한 날짜가 2월 1일이라고 하는데, 우리를 만나기도 전에 돈을 넣었다는 말인데 납득이 안 된다”고 했다. 이 특보는 “A씨가 시장님과 잘 아는 분은 맞지만, A씨에게 명씨 측에 여론조사를 의뢰해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았다”며 “명씨와 A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도 모르고,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일”이라고 밝혔다.
A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왜 강씨에게 3300만원을 입금했는지’, ‘오 시장 관련 여론조사 비용이었는지’ 등 질문에 “더 드릴 말씀이 없다. 나중에 전화하겠다”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