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년 연속 캄보디아 인신매매 최고 위험국 분류···“고위 공무원 공모”

2025-10-14

미국 국무부가 캄보디아의 인신매매 위험도를 최고 등급으로 분류하고 정부 관료와 범죄 조직의 공모로 인신매매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무부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2025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인신매매 위험도를 최고 수위인 3등급으로 분류하면서 “캄보디아 정부는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않고 있으며 이를 위한 중요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증언을 모아 매년 각국의 인신매매 현황을 정리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2022년부터 4년 연속 3등급에 머물러있는데 이 경우 미 정부의 재정 지원이 제한된다.

국무부는 온라인 사기 업장의 인신매매 배경에 ‘정부의 관행적 패턴’이 있다고 짚었다. 지난해 보고서에서 ‘일부 고위 공무원이 온라인 사기 업장을 소유하고 있다’고 분석한 것과 비교해 고위 공무원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인 것이다.

보고서는 “재계 엘리트들은 고위 공무원이나 이들의 가족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온라인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인신매매 범죄 전문가들은 범죄 조직이 당국의 단속 정보를 미리 입수한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시설이 적발돼 문을 닫더라도 운영자가 벌금을 내고 며칠 만에 업장을 다시 운영한 경우도 있었다.

국무부는 캄보디아 당국이 부패한 고위 공무원과 인신매매 단지 운영자에 대한 수사에 손을 놨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사기 업장에서의 범죄 보고가 널리 퍼져 있었지만 정부는 업장 운영자로 의심되는 사람이나 이와 관련된 고위 공무원을 체포하거나 기소한 적이 없다”며 “미국 제재를 받는 상원의원에게도 형사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했다. 미 정부는 지난해 온라인 사기 범행이 이뤄진 리조트를 소유한 리 용 팟 상원의원에 경제 제재를 가했다. 그는 훈 센 캄보디아 상원의장(전 총리)의 측근이다.

국무부는 ‘솜방망이 처벌’로 현지에서 인신매매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관련 범죄 기소 건수는 지난해 약 380건으로 이전에 보고된 기소 건(354건)보다 약 7% 늘었지만, 대부분 피고인에 대한 처벌 수위는 6일에서 1개월의 단기 징역형에 불과했다. 비정부기구(NGO)들은 검찰 측이 인신매매방지법 대신 처벌이 약한 노동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신매매방지법에 따르면 피고인은 징역 7~15년형을 받아야 한다.

판사 등이 공소 기각, 무죄 판결, 감형 등 대가로 관련자들에게 뇌물을 받은 사례도 국무부에 보고됐다.

현지 경찰은 예산 부족으로 인해 단속·체포 활동을 소극적으로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무부는 “특히 지방 경찰은 법을 어떻게 집행해야 하는지를 몰라서 인신매매 근절 업무를 못 했다”며 “차량, 컴퓨터, 법의학 도구 등 장비도 부족했다”고 적었다. 또 경찰이 사비를 들여 수사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부패에 더 취약해졌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보호도 미흡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에는 “법정에서 피해자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판사들이 피해자 중심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잘 몰라 피해자들이 정신적 충격(트라우마)을 다시 겪었다”고 적혀있다.

NGO는 캄보디아 내 약 350개 시설에서 15만명이 노동 착취를 당한 것으로 추산했지만 실제 피해자는 더 많을 것이라고 국무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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