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달 미국 오스틴 본사에서 근무할 '실리콘 공정통합(PI)' 엔지니어를 찾아 나선 데 이어, 경기도 화성시에 근무할 인력도 채용 중이다.
PI 엔지니어는 반도체 설계와 제조 사이 '조정자' 같은 역할을 하는 인력이다. 설계 조직이 제안한 구조가 공정 허용 범위 내인지 검토해 조정안을 제시하며, 수율 개선을 위한 설계 개선 방향을 모색한다.
이같은 업무를 수행하려면 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 공정 전반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필수적이다. 첨단 반도체일 수록 설계는 물론 제조 공정의 기술 난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PI 엔지니어는 고급 인력에 속한다.
테슬라가 본사가 있는 오스틴과 한국에서 동시에 PI 엔지니어를 뽑는 건 2나노미터(㎚) 공정으로 준비 중인 차세대 AI 반도체 제조 및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지난 7월 삼성전자와 협력해 차세대 AI 반도체 'AI6'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직접 삼성과의 협업 사실을 공개했다.
반도체를 하나의 실물로 만들기 위해서는 설계대로 회로를 구현하고, 배선을 연결해야 완성이 된다. 제조 과정, 즉 공정을 알아야 원하는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데, 테슬라는 이를 위해 제조 과정 전반을 이해하고 조정할 수 있는 인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특히 화성 근무 인력 채용이 눈에 띈다. 일론 머스크 CEO는 AI6를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삼성 테일러팹에서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일러가 아닌 화성에서 근무할 인력을 뽑는 건 삼성 화성 파운드리에서 먼저 개발을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재 삼성 내 2㎚ 공정은 화성 캠퍼스에 구축돼 있다. 테일러 팹은 짓고 있는 상태기 때문에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가 갖춰져 있지 않다.
테슬라와 삼성은 화성에서 AI6 양산에 필요한 제반 기술들을 확보한 뒤 테일러 팹이 가동되는 시점에 맞춰 양산 업무를 이관하는 단계를 거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화성이 삼성 파운드리의 핵심 생산기지”라며 “상당 개발을 한국서 진행한 뒤 대량 생산은 미국 테일러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