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5000원. 땅에 떨어졌다면 줍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세상에는 자신의 돈 5만원을 찾아가지 않고 두는 사람이 1만여명이 넘는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돌려받지 않은 보증료가 계속 쌓이고 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일 서금원을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미환급된 보증료는 현재까지 7억3700만원(1만3277건)에 달한다. 단순 계산을 해보면 한 사람당 5만5500원 꼴로 받을 돈을 안 찾고 있다는 이야기다. 미환급 보증료는 보증료를 선납하는 상품인 근로자햇살론과 햇살론유스를 이용한 채무자가 대출을 전액 중도상환할 때 돌려주는 돈이다.
햇살론 유스는 대학생·청년 등의 자금애로를 해소하여 학업, 취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민금융상품이다. 이 돈에 대한 미환급 보증료 건수는 1036건(4100만원)이다. 신용평점 및 소득이 낮아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만든 근로자햇살론의 미환급 보증료 건수도 1만2241건(6억9600만원)에 달했다. 대학생이나 서민들이 한달 통신비로 나갈만한 돈이 묵혀있는 셈이다.
심지어 쌓이는 미반환 보증료 건수는 연도가 지날수록 더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서민금융 상품 대출자가 늘어난 2021년 2483건을 기록한 이래 지난해 3785건을 찍었고 올해는 8월까지 이미 3400건을 돌파했다.
서금원은 보증료가 환급이 안되는 건 고객이 대출을 빌릴 때 적은 계좌가 상환 시점에서 휴면 계좌로 바뀌는 등 송금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금원 관계자는 “저신용 저소득자들이 이용하는 상품인 만큼, 중간에 계좌가 압류가 되거나 지급중단 처리된 계좌들도 많다”며 “지급계좌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미환급된 보증료를 서금원이 별도로 활용하거나 채무자에게 기간에 따른 이자를 주지는 않는다.
일각에선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대출을 전액 중도상환하는 시점에 계좌 정보를 받아 보증료를 즉시 환급하는 절차 등이 필요할 수 있다. 현재 서금원은 보증료 송금이 불가능할 때 우편이나 카카오톡, 네이버 등으로 이 내용을 안내하고 있지만 이용자들이 이 정보를 토대로 즉각 돈을 찾는 일이 많지 않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전자고지 서비스를 통해 안내하는 비용도 지난해와 올해만 380만원을 넘겼다.
서금원은 “서금원에서는 보증료를 환급받을 수 있도록 문자, 우편 등으로 안내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고객이 온라인으로 편리하게 환급 요청을 할 수 있도록 전산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상혁 의원은 “적은 액수라도 서민들에게 소중한 돈이 제도 미비로 미환급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시급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