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9일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강조하자 30일 더불어민주당도 관련 입법에 시동을 걸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같은 기업에서 계속되는 산업재해 사망 사건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까지 표현했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이 대통령 언급 전부터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산업 재해 대책에는 당내 공감대가 상당히 있었다”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건설안전특별법’을 예로 들며 “건설업계와 정부가 의견을 내고 법안을 성숙시켜 중대재해처벌법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날 경우 하수급 시공자 외에도 발주자와 시공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이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2차관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매출액 대비 3% 정도로 과징금을 강화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8일 민주당은 이미 ‘산업재해예방 TF’(김주영 단장)를 출범시켰다. 김병기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출범식 현장 축사에서 “후진적인 산재 예방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재해예방 TF는 31일 이 대통령이 노동자 산업재해가 발생했단 이유로 질타한 포스코이앤씨를 현장 방문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날 기준 총 6건의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법안 이름에 ‘예방’을 붙여 처벌과 예방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자는 취지의 법안(민형배ㆍ홍기원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과, 재해가 발생할 경우 이 사실을 의무적으로 공표하게 하는(이학영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등의 내용이다.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 과정에서 ‘(손해액의) 5배 이상’에서 ‘최대 5배’로 제한됐던 손해배상의 한도 규정도 재검토될 수 있다.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법과 근로기준법도 손볼 분위기다. 민주당 대표 후보에 출마한 정청래 의원은 전날 TV토론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중대재해처벌법은 사후에 처벌하고, 산안법 개정안은 예방을 하는 것”이라며 “중처법보다 선제적 조치가 가능한 법 개정안”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날 곧바로 ‘대표이사의 사업장 안전, 보건조치 핵심사항 사전 확인 및 조치 의무’ 등을 신설하는 산안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근로기준법은 특수고용 및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정할지가 향후 쟁점이 될 부분이다.

국민의힘은 ‘기업 옥죄기’ 행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김형동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미 경영계가 총을 맞아서 비틀거리는 상태인데, 밑도 끝도 없이 선명성만 갖고 법안을 추진해서 되겠느냐”며 “우리 당이 의석수가 적으니 그냥 끌려갈 뿐인데, 대한민국 입장에서 보면 낭패”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