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50명 번역가들, 문장마다 함께있어" 못다한 감사 인사 전한 한강

2024-12-12

“제 작품을 번역해주신 분이 전 세계 50명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모르는 분들이 훨씬 많지만 (번역가들과 저는) 함께 있습니다. 문장마다 함께 있고 모든 문장 속에 함께 있습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54)이 11일(현지시간) 자신의 작품을 전 세계 독자에게 소개해 준 번역가들에게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강은 이날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출판사 ‘나투르 오크 쿨투르’에서 열린 한국 언론 대상 간담회에서 “(제 작품이) 번역된 언어가 28개 혹은 29개 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번역가 수는 50명 정도”라며 “만찬 수상 소감에서 이 번역가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려 했지만, 분량이 너무 길어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가 열린 나투르 오크 쿨투르는 한강의 작품을 스웨덴어로 번역해 출간한 출판사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에는 작품의 문학성 외에도 다양한 언어로의 번역을 통해 작품이 세계에 알려진 점이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강 작가도 “앞으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더 많이 번역되면 좋겠다”며 “상을 위해서 좋은 게 아니라, (번역을 통해) 더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게 좋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자신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에 대해서는 “실제 일어난 사건을 다루는 만큼 더 조심스러웠다”며 “이 책이 광주를 이해하는 데 어떤 진입로 같은 것이 돼 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작품을 먼저 읽으면 좋을지 묻는 질문에 “한국 독자에게는 처음이 『소년이 온다』이면 좋을 것 같고, 이 책과 연결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어서 읽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또 “너무 진한 책보다 조금 성근 책을 원한다면 『흰』이나 『희랍어 시간』이 좋을 것 같다”며 “『채식주의자』는 처음부터 읽기보다 다른 책을 읽은 뒤에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이라고 덧붙였다.

노벨상 강연 준비 과정과 앞으로의 계획도 밝혔다. 그는 “강연문을 쓰면서 제 과거를 많이 돌아보게 됐고, 내가 어디쯤 있고 어디서 출발해 여기까지 왔는지 나의 좌표를 파악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벨상 관련 행사를 마친 후엔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가 글을 쓰고 싶다”며 “인간은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에 복잡한 것을 복잡한 대로 쓰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비상계엄 사태로 혼란스러운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질문도 나왔지만, 한강은 “한국에서 출국하기 전까지 뉴스로 상황을 접했는데 여기 도착한 뒤로 일이 너무 많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어떤 말을 할 만큼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한강은 앞서 지난 6일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선 이에 대해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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