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일본·대만 찍고 다음은 중동…"사우디서 글로벌 B2B기업으로 도약"

2025-08-17

네이버가 일본과 대만에서의 라인 성공 경험을 토대로 진정한 의미에서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시작했다. 최근 태국 AI 기업인 시암AI 클라우드와 태국어 기반 대규모언어모델(LLM) 및 AI 에이전트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동아시아에서 더 서진(西進)해 중동 총괄 법인인 ‘네이버 아라비아 RHQ’도 설립했다. 또 한번의 도전이다.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에 사우디아라비아는 ‘기회의 땅’이자 동시에 ‘좌절의 땅’으로 불린다. 사우디 정부 주도로 탈(脫)석유 정책을 펼치며 IT 분야에 막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문화적 간극 등의 이유로 실제 수주에서는 번번히 좌절했던 탓이다. 하지만 네이버는 2023년 사우디에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 수주에 성공하며 사우디에 깃발을 꽂는 데 성공했다. 최근 중동 지역 총괄 법인 ‘네이버 아라비아 RHQ’의 주재원으로 근무를 시작한 오창민 전략사업지원 리더는 그 비결로 ‘기술력’을 꼽았다.

오 리더는 14일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IT 분야는 그야말로 국가 간 장벽 없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이라며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사우디에서 네이버가 수주에 성공할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기술력”이라고 강조했다. 도시 단위의 대규모 공간에서 디지털트윈을 구축할 때는 수작업이 많아질수록 제작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자동화가 중요하다. 이때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트윈XR’ 플랫폼을 기반으로 디지털트윈 솔루션, 인공지능(AI) 기반 위치 인식 기술 등을 제공하고 있어 작업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오 리더는 “네이버가 디지털트윈 프로젝트의 파트너로 선정된 이유가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기술 경쟁력’이었기 때문에 더욱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네이버의 기술력이 글로벌 무대에도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입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오 리더는 무슬림 국가인 사우디에서 처음 사업을 영위할 때는 문화적 차이로 어려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네이버가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구축한 ‘메카’는 이슬람의 제1 성지로, 무슬림 외에는 출입이 제한돼 있어 네이버랩스 직원이 직접 들어가 데이터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네이버는 무슬림 공무원의 도움을 받아 수치를 원격으로 확인했고 총 출장 기간이 4주에서 10주로 늘어나는 해프닝도 있었다.

네이버는 대만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문화적 차이를 기회로 활용하기로 했다. 오 리더는 “사우디는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각축전이 열리는 시장으로, 네이버가 글로벌 빅테크와 동일한 방식으로는 싸우기 어려워 택한 전략이 ‘컬처럴라이제이션(문화화)’”이라며 “네이버가 국내에서 수많은 경쟁과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문화를 가장 깊이 이해하고 반영해 생존해왔던 것처럼, 이번에는 ‘사우디에 가장 최적화된 기술과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방향을 선택하면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사우디에서의 경험을 발판으로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향후 지도와 내비게이션을 시작으로 예약·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를 결합해 사우디 현지에 특화된 슈퍼앱을 내놓을 방침이다. 오 리더는 “네이버가 사우디를 선택한 것은 네이버가 보유한 ‘기존 레거시가 적고 혁신 수용성이 높으며 집중적인 자본 투자가 가능한’ 네이버가 경쟁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라며 “사우디에서 진행하는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그간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 중심으로 성장해온 것을 넘어 기업간거래(B2B)·기업과정부간거래(B2G) 기반 글로벌 기업으로 비즈니스 외연을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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