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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히도 추웠던 겨울이 가긴 가나 봅니다. 우리 모두에게 큰 사건이 일어났던 겨울이었습니다. 소소하지만 소중한 개인의 일상이 무너질 뻔하기도 했습니다.
입춘이 지나고 얼음이 녹는다는 우수가 되자 얇은 가지에 자그마한 홍매화 봉오리가 달렸습니다. 아직 날카로운 바람과 추위가 이 땅 위를 휘몰아치고 있지만 머지않아 봄이 올 것을 알리는 소식들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곧 피어날 매화를 바라보다 시 한 편이 떠올랐습니다.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이육사의 ‘광야’입니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진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