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 새해가 밝았지만 축산업계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여전히 어둡다. 환율 상승에 따라 사료값이 치솟고, 정국이 얼어붙으면서 축산물 소비는 침체에 빠졌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같은 가축질병이 수시로 발생하면서 축산농가 주름살은 더 깊어졌다. ‘농민신문’은 새해를 맞아 주요 축종별 생산자단체 수장으로부터 업계 현안과 대처방안을 들어봤다.
“40! 올 한해 이 숫자만 바라고보 협회를 이끌어갈 겁니다.”
13일 서울 서초구 제2축산회관에서 만난 민경천 전국한우협회장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제시한 ‘한우 자급률 40%’를 반복해 강조했다.
민 회장은 “한우산업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결코 농가에게만 노력이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면서 “정부와 함께 생산비 절감, 유통단계 축소, 한우 계량, 암소 감축 등에 조직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사료값이 들썩일 조짐이다. 농가 분위기는 어떤가.
▶자녀가 (내 뒤를 이어)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말렸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농가들 상황이 좋지 않다. 협회 추산 결과 2022∼2024년 축산농장 1만곳이 사라졌다. 한계에 봉착한 농가가 폐업하고 농촌을 떠나는 것이다. 계속되는 외부 요인으로 한우산업 불황이 이어지면서 무력감을 느끼는 농가가 많다.
- 연초 도축장 전기요금 인상에 한우업계 걱정이 깊다. 해법이 뭐라고 생각하나.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도축장 전기요금 인상은 도축비 인상으로 이어지고 종국엔 농가가 그 부담을 오롯이 짊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미곡종합처리장(RPC)처럼 도축장도 농림어업으로 분류해 농업분야 전기요금 할인을 받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시급하다.
- 농가는 산지 소값이 떨어져 난리인데 정작 소비자는 한우고기가 여전히 비싸다고 아우성이다. 한우고기값에 대한 생산자와 소비자 간 괴리감이 있는 이유는 뭔가.
▶산지 소값이 떨어져도 소비자가격에 적용되지 않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소매단계에서 고금리·고물가에 따라 인건비·전기료 같은 제반 비용이 올라 가격 하락분을 상쇄하는 탓이다. 소비자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한우는 사양관리, 맛·풍미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무조건 가격만 따질 게 아니라 품질에 초점을 맞춰 바라봐주면 좋겠다. 협회 차원에서도 유통단계 축소, 할인행사 개최 등에 힘을 더 쏟겠다.
- 외국산 쇠고기 점유율이 60%를 넘는다. 갈수록 늘어나는 외국산에 맞서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결국엔 맛과 품질이 중요하다. 한우는 단맛·감칠맛을 좌우하는 성분이 외국산에 비해 크게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생산자가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려면 정부에서는 한우 유전자를 보호하고, 단체급식이나 요식업소에서 한우고기를 쓸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정부가 약속한 한우 자급률(40%)을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의지로 정책을 실행해 나가면 된다.
이문수 기자, 사진=김병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