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션업계 ‘동남아 관세’ 직격탄…한국 OEM업체도 불똥?

2025-04-07

트럼프발(發) 관세 불똥이 한국 의류·신발 제조업체까지 옮겨 붙었다. 주문자생산방식(OEM)을 주력으로 하는 이들 업체의 생산기지가 고관세 폭탄이 떨어진 동남아 지역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기 때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OEM 업체들은 관세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지난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46%), 방글라데시(37%), 인도네시아(32%) 등지에 30%가 넘는 높은 상호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이들 지역엔 국내 주요 의류·신발 OEM 업체인 영원무역, 한세실업, 화승엔터프라이즈 등의 생산 시설이 모여 있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영원무역은 전체 생산의 70%가 방글라데시에 집중됐다. 한세실업은 베트남에 50%가 몰려 있고 화승엔터프라이즈도 베트남(60%), 인도네시아(30%)가 주요 생산지다. 나이키, 아디다스, 룰루레몬, 갭 등 미국 주요 패션 브랜드 업체가 OEM 업체에 주문하면 이들 지역에서 물량을 생산해 미국으로 보내는 식이다.

통상 관세는 주문자인 브랜드 업체의 몫이다. 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 않다. 관세 타격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브랜드 업체가 비용 부담을 나누자는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글로벌 브랜드 업체들이 OEM 업체에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분의 일부를 전가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OEM 업체 입장에선 날벼락이지만, 마냥 거절하기도 어렵다. 발주 물량이 줄거나 수주를 못 할 수도 있어서다.

한세실업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대미 수출 비중이 90% 정도다. 영원무역, 화승엔터프라이즈도 각각 30%, 25% 정도다. 익명을 요구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담 전가만 걱정이 아니다. 전반적인 가격 상승으로 인한 미국 내 소비 둔화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OEM 업체들은 관세 영향을 최소화할 방향을 찾고 있다. 한세실업의 경우 베트남·인도네시아 외에도 니카라과·과테말라에도 법인이 있고, 이곳 생산 비중이 절반 정도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지난해 중미 지역에 신규 법인을 세우고 생산 시설을 증설해온 만큼 관세가 10% 수준인 지역을 활용해 관세 고민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유럽, 일본 거래를 확대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원무역과 화승엔터프라이즈의 경우 미국과 유럽, 아시아 매출이 비슷한 수준이다. 이들 업체 역시 미국 외 지역 매출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박영수 한국패션산업협회 상무는 “기업들이 생산기지 다변화를 통해 관세 충격을 극복하려 하지만,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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