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사태’ 여파…동남아 여행 포비아로 번진다

2025-10-17

“취업 후 첫 휴가로 올해 12월 태국 코사무이 항공권을 예매했는데, 요즘 뉴스를 보면 여행을 아예 취소해야 하나 고민입니다.”

직장인 A 씨(26)는 최근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감금 사건 이후 여행 계획을 전면 재검토 중이다. 캄보디아뿐 아니라 태국·베트남·라오스 등 인접국으로 불안이 번지며 여행업계 전반에도 비상이 걸렸다.

17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동남아 여행지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제는 동남아 전체가 위험해 보인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이용자는 “11월 초 나트랑 여행을 계획했는데 위약금을 물고라도 취소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불안을 호소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아이 돌 기념으로 푸꾸옥 여행을 예약했지만 치안이 걱정돼 마일리지 차감에도 취소하려 한다”고 했다. “가족여행으로 하노이를 예약했는데 인당 7만원의 항공 수수료를 내고라도 포기해야 하나 고민된다”는 게시글도 공유됐다. 실제로 일부 여행객들은 수수료 부담에도 불구하고 예약을 취소하는 분위기다.

최근 캄보디아 내 범죄조직이 단속을 피해 베트남 등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이달 텔레그램에는 시아누크빌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대규모 범죄단지에서 컴퓨터와 사무기기를 차량에 싣는 영상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주요 관광지는 사실상 하나의 생활·이동권으로 묶여 있어, 한 나라의 사건이 전체 지역 이미지에 직격탄을 준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급속히 확산되는 불안 여파에 대응해 캄보디아에 대한 여행 경보를 대폭 상향했다. 외교부는 16일부터 보코산·바벳시·포이펫시 등 국경 인근 지역을 여행금지(4단계) 지역으로 지정했다. 특별여행주의보(2.5단계)가 발령된 지역은 현 효력을 유지하며, 이외 지역 전역에는 2단계 ‘여행자제’ 조치가 내려졌다. 외교부는 “긴급한 용무가 아니라면 방문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라”고 당부했다.

정부 조치에 발맞춰 항공사들도 사실상 ‘여행 자제’ 조치에 동참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16일 캄보디아 내 치안 불안에 따른 여행객 보호 조치로, 한국 출발 캄보디아행 항공권의 취소·변경 수수료를 한시 면제하기로 했다. 면제 대상은 이달 10일부터 12월 31일까지 출발하는 항공편으로, 대한항공은 15일까지, 아시아나항공은 16일까지 발권된 항공권에 한한다. 두 항공사는 각각 인천에서 타크마우를 오가는 노선을 주 7회 운항 중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상황이 악화되면 일부 노선 조정이나 승무원 체류지 변경도 검토할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여파는 항공권·패키지 여행 상품 취소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캄보디아 납치사망 사건 이후 프놈펜행 예약 취소 문의가 수십 건 수준으로 들어왔다”며 “아직 대규모 취소는 아니지만 고객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여행사 관계자 역시 “캄보디아 패키지 중심으로 취소·환불 문의가 이어지고 있고, 베트남·라오스 등 인접국 예약자들도 불안해하고 있다”고 했다. 패키지여행의 경우 통상 취소 수수료가 전체 상품가의 30%에 달하지만, 여행객들은 이 같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동남아 여행을 포기하는 모습이다.

여행업계는 이번 사태로 당분간 동남아 전역의 관광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아직 본격적인 취소 러시는 아니지만 소비자 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며 “단체보다 가족·개인 여행 중심으로 취소 움직임이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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