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주총 '판정승' 고려아연 “타협하겠다” 제안에...MBK는 "탈법"

2025-01-24

화해 제스처일까,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마지막 경고일까.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분쟁을 겪는 상황에서 고려아연 측이 MBK파트너스·영풍 측에 타협을 제안했다. 지난 23일 임시 주총에서 고려아연 측이 주장한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상한 설정 등 안건을 통과시키며 ‘판정승’을 거둔 직후다. 고려아연은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을 활용해 영풍이 보유한 지분 25.42%의 의결권을 무력화했다. 반면 MBK 측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2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 측에 “대타협을 위한 대화의 시작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갈등과 분쟁의 당사자가 함께 소통과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결론 내렸다”며 “MBK를 더는 적이 아닌 새로운 협력자로 받아들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MBK 측과 타협을 전제로 이사회를 개방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고려아연의 발전을 토대로 협력하고 신뢰할 수 있다면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MBK가 원한다면 경영 참여의 길도 열어 놓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최윤범 회장의 약속이 다음 이사회에서 실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극단적 갈등 상황에서 고려아연 측의 첫 유화 메시지로써 의미가 있다. 하지만 양측이 그간 반전을 거듭하며 진흙탕 싸움을 이어온 만큼 실제 타협에 이르기까지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당장 같은 날 MBK 측은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 사장을 공정거래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각각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에 신고·고발하고, 임시 주총 효력정지 가처분을 법원에 내겠다고 밝혔다.

앞서 임시 주총을 하루 앞둔 지난 22일 오후 고려아연은 손자회사인 해외법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영풍정밀과 최씨 일가가 보유한 영풍 지분 10.3%를 사들였다고 밝혔다. 영풍→고려아연→선메탈코퍼레이션홀딩스(SMH)→선메탈코퍼레이션(SMC)로 이어졌던 출자 구조가 영풍→고려아연→SMH→SMC→영풍으로 연결되는 순환 출자 구조가 된 것이다. 고려아연은 “상법 제369조 3항에 따라 순환출자로 묶인 영풍은 고려아연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임시 주총에서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25.42%) 행사를 제한했다. 영풍·MBK는 고려아연 지분 40.97%를, 최 회장 측은 우호 지분 포함 34.35%를 확보해 지분율에선 영풍·MBK가 더 높았지만 상호 의결권 제한으로 인해 의결권 지분이 15.55%로 축소됐다.

영풍·MBK측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영풍과 같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국내 기업들은 순환출자가 금지돼 있다며 고려아연의 조치가 탈법이라 주장한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이날 화상 기자 간담회에서 “공정거래법상 탈법 행위를 한 최 회장과 박 사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임원진은 법적 책임을 물게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가처분 결과가 정기 주총 전까지 나올 것”이라며 “공정위 시정조치가 더 빨리 내려지면 법원 결정이 나오기 전이라도 (이번 사태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려아연의 모기업인 영풍그룹은 1949년 11월 최기호·장병희 공동 창업주가 설립한 ‘영풍기업사’가 모태다. 이후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은 장씨 일가가 3대째 각각 경영해왔다. 지난해부터 영풍 측이 사모펀드 MBK와 손잡고 고려아연 지분 확보에 나서며 경영권 다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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