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 "매우 위법, 불공정한 행위…법적 책임 묻겠다"고려아연, 전날 '순환출자 고리' 형성해 영풍 의결권 제한임시주총 표대결 '이사수 19명 상한' 가결…이사회 과반 확보 못해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이슬기 송은경 기자 =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23일 주총 표 대결을 통해 MBK파트너스·영풍의 이사회 장악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전날 전격적으로 꺼낸 '순환출자 카드'로 영풍 의결권을 무력화해 당초 지분율에서 뒤지며 불리했던 상황을 역전시켰다.
그러나 MBK·영풍 측은 이런 조치가 불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해 양측 간 다툼은 법정 다툼을 포함한 '연장전'에 접어들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일부 변경의 건'과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 등을 차례로 의결했다.
이날 핵심 안건으로 꼽혔던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이 표결을 통해 출석 의결권의 약 73.2% 찬성으로 가결되면서 승부가 갈렸다.
이 안건은 현재 제한이 없는 고려아연 이사회 이사 수의 상한을 19명으로 설정하는 내용으로, 최 회장 측이 제안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은 최 회장 측 이사 11명 대 영풍 측 이사 1명의 '11대 1' 구조다.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MBK·영풍 측은 이번 임시 주총에서 추천 이사 14명을 이사회에 새로 진입시켜 과반을 확보, 이사회를 장악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에 회 회장 측은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한하는 안건을 상정하며 MBK·영풍 측의 이사회 장악 저지에 나섰다.
이날 임시 주총 표 대결에서 이사 수 상한 설정안이 가결되면서 MBK·영풍 측이 차지할 수 있는 이사 자리는 최대 7석으로 제한돼 남은 이사 선임안 표결 결과와 관계 없이 MBK·영풍 측의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에 실패했다.
이 같은 결과는 고려아연이 전날 단행한 순환출자로 지분율이 25.42%에 달하는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영향이 컸다.
고려아연 지분은 MBK·영풍 연합이 40.97%,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합해 34.35%로, MBK·영풍 연합이 높다.
그러나 전날 조치로 이날 의결권 효력이 있는 MBK·영풍 측 지분이 40.97%에서 15.55%로 축소되면서 표 대결에서 패배했다.
전날 고려아연은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최씨 일가 및 영풍정밀이 보유한 영풍 지분 약 10.3%를 취득해 '고려아연→SMH→SMC→영풍→고려아연'의 순환구조를 형성했다고 공시했다.
상법 369조 3항에 따르면 A사가 단독 또는 자회사·손자회사를 통해 다른 B사의 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경우, B사가 가진 A사의 지분은 의결권이 없어지는데, 이를 이용해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것이다.
이에 대해 MBK·영풍 측은 SMC가 유한회사이자 외국회사이기 때문에 이 같은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영풍 그룹 내 신규 순환출자가 형성되는 등 공정거래법 위반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각종 위법행위의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영풍 대리인인 이성훈 변호사는 주총 발언을 통해 "우선 너무나도 황당하다"며 "고려아연 최대 주주로서 50년간 아무런 문제 없이 발행주식 25.4%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해왔는데, 어제 저녁 6시 공시 이후 전자투표가 마감되고 주주로서 관련해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는 지위에서 의결권이 제한되니 강도당한 기분"이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MBK 측 대리인은 "(고려아연의) 너무나도 부당한 해석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최대 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매우 위법하고 현저히 불공정한 행위 등에 대해 반드시 책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MBK·영풍 측은 임시 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 및 상호주 의결권 제한 무효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어서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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