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총 파행 … 경영권 분쟁 법정으로

2025-01-23

오대석 기자(ods1@mk.co.kr), 조윤희 기자(choyh@mk.co.kr)

최윤범, 순환출자 고리 만들어

영풍측 의결권 행사 막고

집중투표제·이사수 상한 가결

MBK, 이사회 진입 실패

"임시주총 무효소송 할 것"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23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와 이사 수 19인 제한 등 안건을 대거 통과시켰다. 전날 순환출자 구조를 확립해 25%에 달하는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이 무력화됐다고 주장하며 안건 처리를 강행했다.

이들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상법상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영풍·MBK 측은 이번 주총에 대해 무효 소송을 예고하며 경영권 분쟁의 향방이 또다시 법정으로 향하게 됐다.

이날 고려아연 주총에선 영풍의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19명 이하로 제한 등 안건 외에도 신규 선임 이사 7명 전원이 고려아연 측 인사로 채워졌다. 영풍·MBK 측 추천 인사 14인은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고려아연 임시주총이 열린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문병국 고려아연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직원 100여 명이 피켓 시위를 벌이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울산 온산제련소에서 올라온 직원들은 오전 2시부터 버스를 타고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이날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주총 의장을 맡아 진행했다.

고려아연 임시주총은 당초 오전 9시에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복 위임장 확인 절차가 지연되며 오후 2시가 다 돼서야 시작됐다. 한때 개회를 요구하는 주주들의 고성이 오갔다. 주주들은 위임장을 확인하는 데 왜 이렇게 긴 시간이 소요되냐며 주총의 투명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5시간가량 지연된 끝에 주총이 시작됐지만 참석 주주 수와 주식 수를 공표하지 않은 상태로 회의를 진행한 점이 논란이 돼 개회 10분 만에 중단됐다. 오후 2시 50분께 출석 주주 수와 의결권 지분 집계 등이 발표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고려아연 측이 영풍이 보유한 25%가량의 주식을 의결권이 없다고 분류하면서 파행으로 치달았다. 앞서 주총 직전인 지난 22일 오후 최 회장 측은 최씨 일가가 보유한 영풍 지분을 호주 계열사로 매각해 지배구조를 변경했다.

이에 따라 영풍-고려아연-SM홀딩스-SMC(고려아연의 호주 손자회사)-영풍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만들어져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25.42%)은 의결권이 없어졌다는 게 최 회장 측 주장이다.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채 주총을 진행해 최 회장 측은 경영권을 내주는 결과는 피해 갈 것으로 보인다. 향후 법적 리스크가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풍·MBK는 이번 임시주총이 적법하지 않았고, 최 회장 측이 고의로 순환출자 구조를 만든 행위도 불법이라고 보고 임시주총 무효 소송 등 법적 대응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들은 상법 조항이 '국내 법인'인 '주식회사'에만 적용되는 만큼 이번 조치로 상호주 의결권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오대석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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