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등돌린 여야 대표와 '삿초동맹'

2025-08-21

국내 정치권에서 여야 대표 간 볼썽사나운 ‘악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달 초 취임 직후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을 상종 못할 집단으로 규정하면서 시작된 싸움이다. 이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인성이 부족한 분에게 악수를 구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역공을 취했다. 15일 광복절 기념식과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16주기 추모식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눈길도 주지 않았고 말도 섞지 않았다. 고단한 삶에 지친 국민들에게 희망 섞인 미래 비전을 제시해도 마땅찮을 판에 ‘원수 대하듯’ 날 선 삿대질이나 하는 모습이 보기에 답답할 뿐이다.

일본 근대화의 물길을 튼 ‘삿초(薩長)동맹’의 양대 세력인 사쓰마(薩摩)와 초슈(長州)는 정·송 두 대표와 달랐다. 도쿠가와 막부 말기인 1864년 초슈번이 정변을 일으켰다. 이에 막부 세력이 사쓰마번을 끌어들여 군사행동을 진압하면서 초슈와 사쓰마는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원수가 됐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일본은 누란지위에 놓여 있었다. 미국 동인도함대 페리 제독이 흑선(黑船) 함대를 끌고 와 에도만에서 무력시위를 벌였다. 아편전쟁에 진 청나라가 서구 열강으로부터 불평등조약을 강요받고 모래성 허물어지듯 망해가는 것을 지켜본 뒤였다. 일본 근대화의 설계자로 평가하는 사카모토 료마가 중재자로 나섰다. “어찌 응어리를 버리고 일본의 장래를 위해 깊이 논의하지 않는단 말인가.” 매서운 역사의 회초리였다. 부국강병이 우선이라는 데 뜻을 모은 사쓰마와 초슈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삿초동맹을 맺는다. 막부가 정권을 천황에게 반환하는 대정봉환에 이어 메이지유신으로 이어지는 디딤돌이 됐다.

지금 우리도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다. 미국발 관세 폭탄과 중국의 물량 공세에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주력 산업이 거친 호흡을 토해내고 있다. 개헌을 비롯해 교육·노동·연금 등 개혁 과제도 산더미다. 여야 대표가 삿초동맹에서 조금이라도 배우기를 바란다면 과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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