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강호가 가벼워졌다. 영화 ‘1승’(감독 신연식)에서 되는 것 없는 배구 감독 김우진 역을 맡아 웃음과 재미를 전달한다.
“‘기생충’ 이전에도 뭔가 어딘가 짓눌려있고 쥐어짜는 캐릭터들을 많이 맡아왔어요. 물론 그런 캐릭터들도 좋아하지만, 한번은 환한 느낌의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하던 차에 ‘1승’을 만난 거예요. 연기하면서도 정말 신이 났죠.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박하사탕 먹은 것처럼 극장을 나설 때 화하게 나서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도 했고요. 우리 가족들도 제 영화 중 제일 재밌었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어요. 기분도 좋았고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아주 좋은 코미디물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송강호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1승’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면서도 배구선수들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냈다.
■“평소 배구 팬, 유기농 채소 같은 스포츠물 기대해주세요”
그는 스스로 배구팬이라고 칭했다.
“평소에도 배구를 좋아해서 중계도 자주 봐요. 그래서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게 너무나도 반가웠고, 잘 찍어보고 싶었죠. 배구의 아슬아슬한 묘미를 영상화한다면 충분히 관객들에게 새롭고 풍성한 재미를 줄 거라 확신했고요. 게다가 배우들 중 진짜 배구 선수 출신도 있고 모델, 무용가 등이 섞여있는데요. 그런 면에서 ‘1승’은 유기농 채소 같은 매력이 있는 작품이에요. 농약으로 가공된 슈퍼 배추를 보는 게 아니라 풋풋하고 싱그러운 그런 영화죠. 또 스포츠물로서도 쾌감이 있지만 위축된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1승’을 안겨줄 수 있는 행복한 느낌도 있어요. 지금 저에게도 ‘1승’은 필요하고요. 하하.”
스포츠물은 ‘반칙왕’ 이후 처음이다. 이번에는 선수가 아닌 감독 역을 맡아 몸은 편했다고 농담을 던졌다.
“선수로 나선 배우들이 연습하는 걸 보면서 ‘다행이다, 난 몸은 편하구나’라고 생각했어요. 하하. 선수들이 진짜 합숙하면서 강훈련을 했거든요. 한유미 선수가 지도했는데, 인정사정없이 강하게 이끌더라고요. 그만큼 했기에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하고요. 한유미 선수 뿐만 아니라 김세진, 신진식 감독, 이숙자 해설위원 등 많은 배구인이 한마음으로 이 영화를 응원해줘서 든든했어요. 한편으론 배구인들의 마음에도 쏙 든 영화로 만들고 싶었고요.”
실제 영화에도 출연하는 배구인들의 열정에 깜짝 놀랐다는 그다.
“배구인들의 공통점이 있어요. 너무 순수하고 열정 가득하다는 거예요. 선수들과 얘기를 나누면 마음까지 편해지더라고요. 배구인들이 이렇게 기대를 하고 도와주니 누가 되거나 폐를 끼치면 안되겠다는 부담을 안고 연기했어요. 선수들이 고생한 보람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야 했으니까요.”
■“박정민, 정말 놀라운 배우죠”
‘1승’은 오합지졸 배구단인 핑크스톰과 한번도 이겨본 적 없는 배구감독 김우진이 ‘1승’을 거두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는다. 송강호는 괴짜구단주 강정원 역의 박정민과 환상의 티키타카를 보여준다.
“박정민은 ‘파수꾼’ 때부터 지켜보던 배우예요. 영화 보면서 ‘도대체 저 배우는 누구지?’ 놀라웠거든요. 이번에 함께해보니 자기만의 해석력이 굉장히 뛰어난 배우더라고요. 그 원천이 뭘까 생각해봤더니, 박정민은 독서도 많이 하고 스스로를 탐구하면서 수양을 끊임없이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저렇게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구나 싶었죠.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는 배우였어요. 짧은 순간 나와도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아주 탁월한 배우였죠.”
‘삼식이 삼촌’에서 함께 호흡했던 신연식 감독과는 또 다시 뭉쳤다.
“왜 이렇게 자주해? 신연식 감독에게 돈이라도 빌렸냐고 누군가 우스개소리도 하더라고요. 그런 건 아니고요. ‘동주’란 영화를 보면서 그걸 쓴 작가가 너무 궁금했어요. 윤동주 시인의 삶 이면을 어떻게 저렇게 섬세하게 들여다볼까. 그래서 제게 시나리오를 보냈을 때 제가 단박에 만나자고 요청했어요. 만나보니 신연식 감독은 세상을 바라보는 그만의 시선이 있더라고요. 굉장히 독특한 시선인데, 이것이 담긴 그의 작품들을 앞으로도 더 많이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