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상이변, 인구 감소, 감염병 확산, 국제적 갈등 등 우리 사회 전반이 크고 작은 변화를 겪고 있다. 농어촌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다. 지역 소멸과 기후 위기가 심화되면서 농어촌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단순한 대응을 넘어, 미래를 새롭게 준비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100여 년 동안 농업의 근간이 되는 농지와 수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온 한국농어촌공사는 지속 가능한 농어촌을 만들기 위한 연구와 정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설 농어촌연구원을 중심으로 과학적 분석과 실증연구를 통해 농어촌이 가진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모색하며, 농어촌이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발맞춰 탈바꿈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람이 머무는 농촌 공간, 새로운 기회를 만들다
농어촌이 단순한 생산지가 아닌 사람들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정부는 지난해 ‘농촌공간재구조화법’을 시행했다. 누구나 살고, 일하며,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해 농어촌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한국농어촌공사는 그동안의 경험과 기술을 토대로 ‘농촌공간중앙지원기관’으로 지정되어 국가 차원의 농촌 공간 개편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전문가 컨설팅을 확대하고, 인구감소로 인해 약화된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농어촌 지역개발사업을 통해 농어촌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며, 귀농·귀촌을 원하는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기반 마련에도 힘을 쏟고 있다.
데이터 기반의 농업을 위한 체계적인 농지관리가 되게하다
지속가능한 농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농지관리가 필수적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해 농지통계를 구축해 지방자치단체가 농지관리 목표를 효과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농지법 개정으로 지방자치단체가 별도의 농지 이용 계획을 수립하지 않더라도 농지이용증진사업이 가능해짐에 따라 사업이 한층 활성화될 전망이다.
또한, 농지정책연구 활성화를 위해 「농지정책연구회」를 「농업·농촌정책연구회」로 확대·개편하여 산·학·연이 협력하는 연구 기반을 마련했다. 집단지성을 활용해 농지의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 농업 생산성과 효율성을 향상시켜 나갈 예정이다.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농업 인프라 혁신하다
극한기후로 인한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가 빈번해지면서 농업생산기반시설의 안정성과 효율성 증진에도 집중한다. 기후변화는 농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소 중 하나다. 이에, 한국농어촌공사는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농업 인프라를 개선하고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저수지, 용배수로 등 농업생산기반시설의 설계기준을 개선해 극한기후에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홍수 예측 시스템을 구축해 보다 정밀한 대응 체계를 마련했다. 가뭄과 홍수에 대비해 지하수 함양 및 분배 기술을 고도화해 수자원 확보에도 매진하고 있다. 지하댐은 땅속에 물을 저장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증발 손실이 적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안정적인 수량을 유지할 수 있다.
저수지 제방 보강을 위한 그라우팅 품질관리 기술과 지표레이더 탐사, 3차원 영상 판독 기술을 접목한 방조제 공동 탐지 기술보급 등 첨단 유지보수 기술을 도입해 노후된 저수지와 방조제의 구조적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보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농업 인프라의 안전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친환경 농업과 에너지 전환,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친환경 농업 도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영농형 태양광이 있다. 농경지에서 태양광 발전을 병행해 농업 생산성과 친환경 에너지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농가 소득향상과 탄소배출 저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수질 정화 기술을 적용한 수자원 관리, 물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팜과 수직농장 모델 연구도 진행 중이다. 기후변화와 자원 부족의 문제 속에서도 혁신적인 기술 도입을 통해 농어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이승헌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장은 “기존의 가치체계가 무너지고 삶의 방식이 변화하는 등 미래를 예견하기 힘든 초불확실성 시대 속에서, 농어업‧농어촌이 식량 생산의 기능을 넘어 생태계와 환경을 보전하고,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제공하는 가치 창출의 공간으로의 확실한 자리매김이 필요하다.”라며 “농어촌연구원이 농정에 부응하는 정책연구, 미래를 준비하는 선도연구,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연구를 강화함으로써 농어업‧농어촌의 새로운 발전전략을 제시하고 공사의 미래 성장을 견인토록 기능과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